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등 10여명의 주교단과 교구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행사에 참석한 1300여명의 하객들은 반백년 성상동안 한결같이 주님의 목자로 살아온 나주교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표했으며 또한 그 삶의 대부분을 인천교구 발전을 위해 헌신한 모습에 더욱 특별한 박수를 보냈다.
이번 행사는 교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40년 넘게 봉직한 초대 교구장의 업적에 감사와 예의를 표하는 자리로 준비됐으며 인천교구측이 미국 거주 중인 나주교를 직접 초청한 가운데 전 교구민이 함께 하는 잔치로 추진됐다.
축하미사 축하식 순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교황대사는 미사에 앞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나주교에게 보내온 축하전문을 낭독, 『인천교구의 역사와 함께 하며 사랑과 정성을 다해 목자의 직무를 다한 나주교님은 하늘나라에서 받는 복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축하미사는 나길모 주교 주례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으며 최기산 주교는 강론을 통해 『나주교님은 인천교구의 산 증인으로서 50년 사제생활을 한국서 하시고 또 인천교구서 사목하시며 엄청난 성장을 일구셨다』고 전하고 『주교직을 맡은 지 얼마 안된 시간 속에 이 직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체험하고 있고 어려울 때마다 나주교님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는다』고 토로했다.
미사후 이어진 축하식에서 축사에 나선 김수환 추기경은 『나주교님은 늘 「진실」 「성실」의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당신 생애 전부를 한국을 위해 보냈고 그 많은 고생을 겸손으로 받아들였다』면서 또한 『그 흔한 자가용 없이 항상 전철을 타시면서 주교회의에 한번의 결석도 없으셨던 충실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들려줬다.
교황대사, 주교회의 의장, 교구 평협 권돈구 회장 등의 축사가 계속된 후 답사를 전한 나주교는 『처음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아름다운 한국의 관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지난 50년을 한국에서 선교사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큰 기쁨이었고 하느님의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 사제수품 금경축 맞은 나길모 주교
“한국교회 소식 얼마나 반가운지…”
“아직도 한국은 우리나라”
▲ 나길모 주교
금경축 행사가 끝난 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와 마주한 나길모 주교는 『사실 행사 날짜가 휴일과 겹쳐 참석 인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먼길을 마다 않고 지방에서 오신 주교님들을 비롯 교구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수백명의 정성어린 발걸음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백년 선교사 생활의 편린들로 가득한 한국교회에서, 그리고 인천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교구민들과 함께 사제서품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축복』이라고 밝힌 나주교는 『이달 말에는 메리놀회 본부에서 서품 동기들과 함께 50주년을 기념하게 된다』고 들려줬다.
1년여전 귀국길에 오를 때 보다 건강해진 듯한 모습에 그 비결을 묻자 『함께 지내는 여동생 음식 솜씨가 훌륭한 덕분』이라고 말한 나주교는 『또한 틈나는 대로 집안관리, 정원 가꾸기 등 가벼운 노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주교는 1년간의 미국 생활에 대해 『메리놀회와 가톨릭구제회 후원회 일을 돕는 한편 견진성사 집전 등 보스톤대교구 사목 업무를 지원하느라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면서 『올해에도 25개 본당에서 견진성사 일정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집에서 8㎞ 정도 떨어진 글라라 봉쇄수녀회를 방문, 정기적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도 주면서 바쁜 척(?) 하고 지낸다는 나주교.
1년동안 미국 교회를 보며 느낀 점이라면 그곳에서도 열심한 신자들은 나름대로 교회를 위해 매우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 나주교는 무엇보다 예비신자교리, 견진교리 등 교리교육이 내용과 기간 면에서 엄격히 시행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견진성사는 보통 고등학교 때 준비하는데 2년 동안 교리 수업을 하고 20시간의 현장체험 활동을 해야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예비신자교리는 반드시 1년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다 질적인 교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나주교는 『그같은 철저한 교리교육이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영세전 교육이 탄탄하면 냉담자수가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직도 한국을 「우리나라」로 표현하고 있는 나주교는 그간 인근 한인 본당에도 여덟 차례 방문했고 한인 신자들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다행히 여러번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고.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시간까지 계속해서 봉사를 하고 싶은 것이 소망입니다. 또 이제는 한국교회와 미국교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나주교는 한국 신자들에게 『미사, 성체조배, 성시간 등 기도를 더욱 열심히 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특히 가정기도를 열심히 해서 성소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게되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