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무대, 낯선 몸짓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CC(Closed Circuit) 카메라를 통해 무대 뒤 스크린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투사되고 관객 또한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에 찍혀 무대에 모습이 드러난다. 현대 테크놀로지와 몸짓의 어울림. 관객은 더이상 무용수를 일방적으로 관조하지 않는다.
현대무용가 최데레사(데레사.서울 명동본당)씨는 6월 3~4일 서울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과학기술과 춤이 조화된 새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관객은 단순히 보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무대에서 존재하고, 무용수와 관객은 서로 바라보며 한데 어울리는 것입니다』
최데레사씨의 설명이다. 그는 또한 『테크놀로지는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한다』며 『춤 또한 순수한 움직임에 더해 테크놀로지화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인식시키기 위해 최데레사씨는 「움직임과 테크놀로지」라는 주제 아래 10개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펼친 「움직임과 기호(Movement & Code)」, 「움직임과 인터액팅-원더랜드(Movement & Interacting-Wonderland)」는 시리즈의 2, 3편이다.
최데레사씨는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유럽 무용시장에 작품을 내다 팔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무가다. 이화여대 무용과 재학시절부터 독특한 「끼」를 보였던 그가 미국 유학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는 교수와 제자들로 구성된 국내 무용단의 한계를 지적해 「이단아」로 몰릴 정도였다. 갖은 외면에도 굴하지 않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들을 뽑고 처음으로 이들에게 출연료를 지불하는 프로무용 개념을 도입하는 등 늘 새로움을 시도했다.
1985년 미국 뉴욕에서 「서희 앤 댄서즈」를 창단, 미국 유럽 등 세계유명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그 독창성과 우수함을 인정받았다. 98년부터는 활동 근거지를 국내로 옮겨 「최데레사 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지금껏 100여회의 공연과 34개의 창작품을 통해 「최데레사」만의 세계를 자신만의 테크닉으로 표현하고 있다.
『춤이 대중에게 인기가 있고 없고, 또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집착하지 않고 단지 대중과 춤을 나눌 뿐』이라는 최씨는 표현 기법에서도 비디오, 영화, 순수미술,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도 함께 호흡하는 색다른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와 자유의지를 온전히 활용해 활화산같은 몸짓을 연출하는 최데레사씨. 언제나 새로움을 한껏 쏟아내는 그의 무대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뿜어질 지 기대된다. 최씨는 이번 「움직임과 기호」 공연에 이어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디지털 장편 무용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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