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 때문일까? 행복할 땐 왠지 주제넘은 행복이 주어진 듯하여 두렵고, 불행할 땐 불행에 지쳐 일어나지 못할까 봐 또한 두렵다. 두려움은 대체로 믿지 못함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믿지 못하는 걸까? 이번 주부터 우리는 「야훼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라는 가사로 익숙한 시편 23을 살펴보기로 한다. 어둡기 그지없는 길을 간다해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기에 두려움이 없다고 노래하는 시편 저자의 「두려움 없는 삶」은 도대체 어디에 근원하고 있는지, 함께 풀어보도록 하자.
본문
지면 관계상, 이번에는 시편 23의 본문과 구조만을 소개하고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주에 계속하고자 한다. 우선 소개되는 본문은 필자의 번역이라는 것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히브리시의 리듬, 특히 두운(頭韻)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체계적인 구조를 그대로 보이기 위해 문장이 어색해도 직역하였음을 밝혀둔다.
1. 시편, 다윗(의) 야훼께서는 나의 목자. 나는 부족함이 없네
2. 그분께서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그분께서 나를 잔잔한 물가로 이끄시네
3. 그분께서 나의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그분께서 나를 정의의 길로 인도하시네 그분의 이름을 위해서 이네
4. 제가 설사 어둡기 그지없는 길을 걷는다해도 저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당신의 지팡이가 제게 위안을 줍니다.
5. 당신께서 제 원수들 앞에다 저를 위한 상을 차려주시고 제 머리에 기름 발라주시고 제 잔은 가득히 넘칩니다.
6. 진정 좋은 일과 자비가 저의 모든 날을 따르리니 저는 야훼의 집에 살겠습니다. 영원히.
구조
시편 23편은 전체적으로 인칭 변화에 따른 교차 배열적 구성(A-B-B'-A')을 보여주고 있고,
이를 통해 전반부(1-3절)와 후반부(4-6절)가 나뉘어진다.
전반부: A. 1ㄴ절(나 - 야훼) -> B. 2-3절(그분(3인칭)-나)
후반부: B'. 4-5절(당신(인칭)-나) -> A'. 6절(나 - 야훼)
머리글
시편 23편의 머리글은 간단히 전체양식을 「시편」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시편의 저자를 다윗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저자는 다윗이 아니다. 다만 작품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그의 이름을 차용하는 「가명성」(Pseude nomity) 기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저자는 다윗보다 훨씬 후대에 존재했던 인물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6ㄴ절의 「야훼의 집」에 대한 언급 때문이다.
이는 「예루살렘 성전」을 전제하는 표현이고, 그렇다면 아무리 빨라도 솔로몬(다윗의 아들)의 성전을 건립 이후에야 작성되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두려움에 그만큼 적응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듯하다.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해도 무서울 것이 없노라고 노래하는 시편 23의 안정된 고백을, 다음주에 계속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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