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운동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함께 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그 안에서 사랑과 일치와 신뢰를 싹트게 함으로써 농촌과 도시가 하나로 이어지게 하는 것」(농민을 위한 기도 중)이다. 어느 한쪽이 어렵다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相生)하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제8회 농민주일을 맞아 도시와 농촌공동체가 교구 내에 함께 있는 특징을 살려 도.농 교류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광주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생명길 되살이 운동」을 소개한다. 「되살이」라는 이름처럼 땅을 되살리고, 농민을 되살리고, 밥상을 되살려서 우리 모두를 살리는 일은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민이 한 자리에 모여 흉금을 털어놓는데서 시작됐다.
매달 도.농공동체 모임 가져
7월 1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광주대교구 우리농본부 사무실이 교구 내 생산자공동체와 도시 되살이 생활공동체 대표들로 북적거린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두부의 가격 인상문제가 이번 모임의 주된 주제다.
전남 함평에서 유기농 콩으로 두부를 생산하고 있는 조충남씨는 이 자리에서 한 모에 1200원인 두부의 가격인상 문제를 도시 소비자들에게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판매가 1200원은 현재 한번도 오른 적이 없는 가격. 조씨는 생산량이 늘면서 공장까지 지은 탓에 현재 가격으로는 생산시설을 유지할 수 없다는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소비자들에게 설명했다.
도시생활공동체 회원들은 두부가격이 현재도 시중가에 비해 비싸다는 의견과 생산시설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서는 조금이나마 두부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쪽으로 갈려 토론을 벌였다. 한 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결국 생산자의 사정을 감안, 두부가격을 소폭 인상하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
조씨는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 가격을 결정함으로써 한결 가벼워진 어깨로 인상된 가격의 두부를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참석한 도시생활공동체 대표들은 매달 한 번 있는 공동체별 회합시간에 생산자에게 직접 들은 두부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전하게 된다. 또 우리농 매장에서 봉사하는 도시생활공동체 회원들은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생산지에서 전해 온 여러 사정들을 설명하며 두부가격이 오르게 된 이유를 알리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생산자와 소비자 대표 모임에서는 물품가격 인상 문제를 비롯해 새 상품의 가격 결정과 유통과정의 문제점 등을 함께 논의하게 된다. 매장에서 봉사하는 생활공동체 회원들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불평불만 등을 생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생산자들 또한 일선에서 겪는 어려움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시간을 갖는다.
대도시와 생산지가 함께 있는 여건을 십분 활용,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된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이다. 「되살이」이라는 공동체의 이름처럼 단순히 농산물 직거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나 이야기하고 서로의 사정을 직접 전해들으면서 더불어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주고 가는 모든 것 되살리자’
「생명길 되살이 운동」은 교회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전개하기 전인 91년 시작됐다. 당시는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환경과 농촌살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던 때였다.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힘겹게 수확한 친 환경 먹을거리를 도시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줘야 한다며 소수의 주부들을 중심으로 되살이 운동이 시작됐다. 농민들의 자발적인 농촌살리기운동에 필요한 도시소비자 동반자를 만든 것이다.
92년 5월 「주고 가는 모든 것을 되살리자」는 뜻으로 함께 사는 생활공동체 「되살이」가 만들어졌다. 교회 내에 생활공동체에 대한 개념도 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본당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친환경농산물과 생명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진 5∼6가구가 자발적으로 뭉쳐 하나의 공동체를 이뤘다. 당시 5개 공동체가 구입한 트럭 한 대가 전남지역을 돌며 농산물을 직거래했다.
교회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되살이도 변화를 겪었다. 지엽적이고 소규모로 이뤄지던 되살이 공동체의 활동도 탄력을 받았다. 신자와 일선 사목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본당 내에 직거래 매장이 속속 생겨났고, 「되살이운동」도 매장운영과 수익금 관리를 위한 생활협동조합 형태로 사업이 확장되게 된다.
그러나 생활협동조합 형태의 되살이운동은 농민과 도시 소비자가 공동출자를 통해 조합을 운영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본당 내에 자리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조합원 위주의 매장운영으로 비 조합원 신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했고, 사목을 하는 본당 신부의 입장에서도 성격을 명확히 규명할 수 없는 단체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본당 생활공동체 운영 호응
생활협동조합이 이같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이를 대신해 만들어진 것이 매장운영을 중심으로 한 본당 생활공동체이다. 조합원들이 출자해 매장을 만들었던 생협과 달리 본당 생활공동체는 본당에서 출자하고 매장의 수익금은 모두 본당을 위해 쓰여지게 됐다. 매장운영도 먹을거리와 우리농운동에 관심 있는 봉사자들에게 맡겼다. 본당에서 운영을 하므로 자연 신자들의 매장을 찾는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농촌을 살리는 일에 도움을 주고 본당 살림살이에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신자들의 건강한 먹을거리 공급에 일조하는 본당 생활공동체의 우리농 매장 운영은 교구내 본당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광주대교구 우리농의 생명길 되살이 운동에 참여하는 공동체는 치평동본당 평화마을을 비롯해 13개에 이른다. 또 공동체 또는 매장이 들어서기 힘든 본당 신자들은 자발적으로 이웃을 모아 3∼4가구가 모인 되살이 소공동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전남 곡성의 「숲속의 들 공동체」 등 지역의 생산공동체에서 수확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광주대교구의 되살이 운동이 특징적인 것은 서울대교구 또는 안동교구처럼 소비자 중심의 우리농 운동, 생산자 중심의 우리농 운동이 아닌 농민과 도시민이 한 울타리에서 협력할 수 있는 광주대교구 만의 장점을 살렸기 때문이다. 또 되살이 운동을 시작한 주체가 교회가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였다는 점도 우리농 생산자와 소비자 조직이 탄탄할 수 있는 이유다.
광주대교구 우리농본부 양혁 국장은 『농민은 「납품자」이고 도시민은 그 생산물품을 「사주는」, 「도와줘야 하는」 소비자라는 인식은 분명 잘못 된 것』이라며 『생산공동체와 생활공동체가 얼굴을 맞대고 싸움이 붙더라도 자주 만나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되살이 운동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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