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2% 부족하다」는 카피가 몇 년 전부터 인기 리에 방송을 타고 있다. 사랑의 목마름이라는 무기력한(?) 상황에, 대중들이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표현해준 셈이다. 그러나 사실, 부족함이 없는 사랑은 분명 존재한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이야기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2% 부족하다면, 단 1% 라도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라고. 지난주부터 살펴보고 있는 시편 23은 「주님은 나의 목자이시기에 아쉬울 것이 없다」는, 「부족함 없는 사랑」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사회가 아무리 부유해지고 풍요로와 진다해도 늘 2% 부족한 우리에게, 왜 하느님의 사랑만이 완전한 사랑이고, 우리의 갈증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지, 이제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풀밭과 물가로 이끄시는 나의 목자(1~3절)
고대 근동 사회 안에서 왕들은 자주 「목자」에 비유되곤 했었다. 「주인」이며 「인도자」로서 절대적 권한을 가지는 동시에, 양들을 사랑과 헌신으로 돌볼 의무가 있다는 의미에서 그러했다. 시편 저자는 그 어떤 군주보다 강력한 주권을 가지고 있는 야훼를 「자신의 목자」라고 고백함으로써, 이 관계가 보장해 줄 안녕과 보호를 정당화 한다. 특별히 한국의 자연 조건과는 판이하게 다른 팔레스틴의 기후 안에서 『푸른 풀밭』 『잔잔한 물가』 등은 곧 생명, 구원과 직결되는 모티브이다. 결국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잔잔한 물가로 이끄시네』(2절)라는 구절은 부족함 없는 완벽한 행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3절에서 저자는 이를 『영혼의 소생』(3절)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구원의 상태로 직결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둡기 그지없는 길을 간다해도 두렵지 않은 이유(4~5절)
『어둡기 그지없는』이라는 히브리어 「짤마웨트」는 두 개의 명사, 즉 「 」(그늘, 그림자)과 「마웨트」(죽음)가 합성된 복합 명사라고 할 수 있다. 즉, 그림자와 죽음이라는 가장 어둡고도 고통스러운 이미지를 중복해놓음으로써, 더 이상 어두울 수 없는 「최고의 어두움」을 표현하고있는 것이다. 이 단어는 광야 생활을 표현할 때(예레 2, 6), 죽음의 위협을 묘사할 때(욥 10, 21~22) 사용되었던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편 저자는 이러한 극단적인 고난 속에서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겠다』(4절)고 선언한다. 『두려워 말라』는 표현은 구약성서 안에 흔히 만나게되는 관용어구인데 1) 승전을 확신할 때 쓰는 전형적인 전쟁용어였고, 2) 구원을 보장하는 예언-신탁에 사용되던 용어였다.
이어서 저자는 이러한 「두려움 없는 삶」의 본질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죽음의 그늘과 같은 절박한 고통 중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는 「그분께서 함께 계시다」는 절대적 신뢰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신뢰를 보장해주는 근거는 『당신의 막대와 당신의 지팡이가 제게 위안을 줍니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강조된다. 「지팡이」와 「막대」야말로 목자들이 늘 가지고 다니던 도구로서, 적(야수)들로부터 양들을 보호하고 길을 통솔할 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구들을 가지고 있는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이는 가장 안전한 상태의 보증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5절과 6절은 이러한 구원의 상황을 승전과 관련된 이미지(원수들, 잔칫상, 잔, 기름 붓기)로, 그리고 계약의 언어들로 각각 표현하고 있다.
『내가 읽은 모든 책들도 성서의 이 말씀(시편 23편)이 나에게 준 위로를 베풀지 못하였다』
인류 역사 상, 가장 뛰어난 석학의 하나로 칭송되고 있는 칸트(I. Kant)의 고백이다. 두려움 없는 삶, 부족함 없는 사랑 등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삶의 주제들은 사실 그분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는 강한 믿음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내 측에서 먼저 두려움을, 부족함을, 절망을 덜어낼 때 비례적으로 채워지는 것, 그것이 부족함 없는 삶의 비결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실존적 비밀을 칸트, 그는 시편 23을 통해 정확히 깨닫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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