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반쪽 십자가는 어떨까?
춘천 퇴계본당(주임=하화식 신부) 성전에 걸려있는 2m짜리 대형십자가의 모습이 기이하다. 십자가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모두 온전치 못한 절반의 모습. 사제관 집무실과 성물방, 사무실에 있는 십자가도 모두 반쪽이다. 본당 신자들도 대부분 반쪽 십자가 하나씩을 갖고 있다.
퇴계본당은 지난 98년 인근 효자동.죽림동본당 신자들의 분가로 신설됐다. 신설 초기 다른 본당에서 모인 신자들은 쉽게 화합하지 못했다. 초대주임으로 부임한 하신부는 무엇보다 교우간 화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고, 3년여 고민 끝에 태어난 것이 반쪽 십자가였다. 퇴계본당의 반쪽 십자가는 십자가의 반쪽 면을 신자들의 화합의 몫으로 남겨두고 항상 십자가를 보며 화합을 기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탁상용 반쪽 십자가.
반쪽 십자가는 조각가 오광섭(다미아노.48)씨의 작품이다. 퇴계본당에 얽힌 사연을 전해들은 오씨는 몇 차례 수정을 거쳐 2002년 2월 본당 고유의 반쪽 십자가를 만들었으며 현재까지 만든 작품만도 500여개. 본당은 복제를 막기 위해 실용신안특허를 내고 작품에 일련번호를 매겼다.
반쪽 십자가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매고 가는 모습, 「나를 따르라」고 손짓하는 모습, 고뇌에 찬 얼굴모습 등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드러나 더욱 독특하다.
하화식 신부는 『반쪽 십자가를 통해 우리 신자들은 화합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해 반쪽을 채웠다』면서 『이제는 반쪽 십자가를 보고 기도하며 어떻게 예수님의 반쪽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