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이야기
지난주까지 우리는 시편 전반에 대한 개관과 소개를 통해 시편의 여러 특성들을 살펴보았다. 또한 시편의 유형들 중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찬양시」와 「탄원시」를 선택하여 직접 다루어보기도 하였다. 이제 여기서 우리는 지금까지 소개된 내용들 잠시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아야 할 것 같다.
올 초부터 구약성서의 「성문서」 부분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 우리의 여정을 통해, 성문서는 크게 「시문학 작품」과 「지혜문학 작품」으로 되어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적으로 살펴본 것은 시문학 작품, 즉 시편이었다. 지난주를 끝으로 시편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되었고, 이제 우리는 성문서의 또 다른 부분, 지혜문학의 세계에로 들어가려 한다. 언제나처럼, 우선 지혜문학이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이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며, 따라서 앞으로 몇 주간은 이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지혜문학적 성격
성문서가 「기록된 글」(The Writings)들의 선집(collection)이라는 사실은 이 지면에서 이미 몇 차례 반복된 내용이다. 즉, 성문서는 일정한 문학적 특성이나 문체적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그룹이 아니라, 시, 역사 소설, 잠언, 이야기, 노래, 우화, 묵시 등 다양한 양식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문서의 이러한 복합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하나로 묶게 하는 공통적 특성이 있으니, 바로 「지혜 문학적」이라는 성격이다. 즉, 성문서에 해당되는 여러 작품들은 서로 각기 다른 장르, 형식을 드러내고 있지만 모두 지혜문학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예언운동과 지혜문학
이스라엘의 「예언운동」은 사마리아 멸망(722)과 유배(587)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한 일종의 대사회적 운동(movement)이었다고 할 수 있다(물론 예언 현상의 기원은 훨씬 이전에서부터 찾아야겠지만 말이다). 예언이라는 양식을 통해 하느님의 계시에 접근하고, 이를 통해 난국과 유배라는 시련의 순간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스라엘 나름대로의 신학적 대안이 바로 예언운동이었던 것이다. 유배에서 돌아와 곧 바로 시도되었던 새 이스라엘의 정립은 성전재건을 중심으로 주도되었고, 후기 예언자들은 이러한 현안에 열광주의적 입장을 보임으로써 당시의 혼란을 해결하고 대의를 규합하고자 한다.
그러나 성전이 재건되어도 사회적 불안정과 정치적 부조리, 종교의 부패가 호전되지 않자, 이스라엘 내부는 더 이상 예언자들이 주창하였던 사회 개혁 패러다임에 편승하지 않게 된다. 어긋나기만 하던 예언자들의 약속은 더 이상 이스라엘 내부 안에 설자리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예언문학의 붕괴와 함께 이스라엘 안에 또 다른 현실적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묵시문학」과 「지혜문학」이었다. 결국 묵시문학과 지혜문학은 예언운동의 바통을 이어받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었던 것이고, 이를 중심으로 성문서의 여러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지혜문학 고찰을 시작하며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로 유명한 네이처(nature)는 지난 12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의 화석이 아마도 현생 인류의 시조일 것이라는 논문이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인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설들이 등장할 때마다 중심 이슈로 거론되는 주제는 바로 발견된 두개골의 뇌용적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뇌용적의 크기로 보았을 때 단연코 가장 지능적 동물이라고 간주되는 인간! 하지만 그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지혜롭다」는, 수준 높은(?) 형용사를 인간에게 붙여줄 수 있을 것인지, 매일 넌센스로만 가득한 한국의 신문기사들을 대하면서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이번 주부터 시작된 지혜문학에 대한 고찰이, 인간을 진정 다른 동물과 차별화 시키는 결정적 지혜란 무엇인지, 그리고 정녕 지혜롭기 위해 자신과 사회에게 가차없이 가해야 할 진정한 고발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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