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생활하는 꽃님들과 농촌에서 일하는 뿌리님들이 신앙 안에서 더불어 함께 살며 서로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일을 농촌사목이라 자리매김하고, 제가 사목자로서 그 일을 하며 느낀 점을 쓰라고 원고청탁을 받았습니다.
한번쯤 던져보는 겸손의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저는 사목을 한 적이 없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란 제가 부끄러움을 배우고 스스로의 생활방식을 뜯어 고쳐야하는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돈으로서 상품을 교환하고 꼭 그만큼의 숫자만큼 가치를 재고 따지는 익숙한 이 생활방식에서, 그 숫자 뒤에 가려져있는 힘든 노동의 땀과 한숨을, 희망과 절망을 배우는 뉘우침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속이며 무엇이 우리를 진실되게 하는지 바로 볼 수 있는 눈뜸의 시간이었습니다.
농촌현실의 암담함이 도시빈민들의 절규와 경쟁의 절벽 끝에 내몰리는 학생들의 체념보다 더 무겁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농촌이 천하대본이라고 살려달라고 구걸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다만 하루 세끼 대하는 밥상에서조차 오직 이윤만이, 돈만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이 살벌한 죽임의 문화 속에서 작은 숨통이라면 일상의 내 밥상부터 생명의 밥상으로 바꿔보자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공감하지 못함이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서로의 경험의 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한다고 서운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앞으로 이어질 제 섣부른 이야기가 그 거리를 조금 좁혔으면 좋겠습니다. 첫 만남이라 이야기가 무거웠습니다. 다음엔 막걸리 한 잔하며 편히 이야기하지요. 그럼 이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