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덕을 겸비하고 성덕으로 충만하신 분이십니다』
10일 대전 교구청에서 총대리 윤주병 신부는 신임 유흥식 주교의 주교 임명을 축하하며 유주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흥식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를 두고 주위 사람들은 한결같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면서,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사제라고 평한다. 특히 그를 잘아는 이들은 대충대충을 거부하고 한 번 결심한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철저한 기도생활, 학문에 대한 열정 등을 유주교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러한 유주교의 성품과 확고한 신념은 지난 94년부터 10년간 후학양성을 위해 봉직해 온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의 생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평소 소탈한 성품의 유주교가 그동안 신학생들에게 바쳐온 사랑과 열정만큼은 어느 사제 못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늘 신학생들 편에서 배려하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 유주교는 신학생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복음적 삶을 생활 속에서 적극 실천할 것을 강조해왔다.
6·25 전쟁이 나기 6개월 전인 1949년(호적상으로는 2년 늦은 51년) 충남 논산군 채운면 우기리에서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유주교는 구교우 집안에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16세 때 신앙을 받아들인 특별한 경우다. 논산 대건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집안에서 처음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곤 한동안 성당을 다니지 않던 유주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오스트리아 부인회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이 귀한 돈을 멀리 있는 분들이 보내주셨는데 내가 보답할 길은 다시 성당에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때부터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후에 당시 세례 대부였던 권길종(바오로, 2002년 고등학교 교장 정년 퇴임) 선생이 『신학교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한 것이 사제의 길로 들어서게된 계기가 됐다고. 유주교는 신학교에 가기로 결심을 굳혔지만,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집안의 반대를 고려해 집에는 연세대학교에 시험본다고 하고 신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다. 그러다 나중에 이 일이 밝혀지면서 어머니 임동찬(모니카·81·2년전 선종) 여사가 3일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 집안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다.
하지만 훗날 어머니야말로 유주교가 사제의 길을 가는데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됐다. 신앙을 갖지 않았던 가족과 친척들을 모두 입교시키며 열심히 교회를 위해 봉사했다.
평소 테니스와 산책 그리고 독서를 즐겨한다는 유주교는 마리아를 닮은 사제가 되는 것이 바람이다. 마리아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사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유주교는 『마리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시지만 계시지 않으면 바로 표시가 나는 그런 분이셨다』며 이러한 마리아상이 자신의 주교직 모토라고 밝혔다.
스승과 사제로서의 모범을 보이며 후학 양성에 힘써온 유흥식 주교는 이제 주교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모든 교구민들과 함께 친교와 화합의 공동체 구현에 앞장설 그의 노력과 열정이 새 천년 대전교구의 미래를 밝게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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