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운데서도 내색 한번 않고 착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이제 좀 편히 쉬게 하고 싶은데 그 몹쓸 병이 떠나지를 않네요.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진 아들 김종현(라파엘.40.수원 신흥동본당)씨를 바라보던 노모 채규원(예비신자.74)씨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김종현씨에게 악성 희귀 뇌종양의 일종인 「척삭종양 수막종」이란 병마가 찾아온 건 지난해 7월. 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던 김씨는 그저 평범한 두통이려니 했다가, 병원에 가 검사를 한 결과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첫 수술을 받았지만 4개월만에 재발, 올해 1월 재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상태가 또 악화되어 4월부터는 방사선 치료만을 받고 있는 상태. 지난 3개월간 20여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은 탓에 지칠 대로 지친 김씨는 현재 팔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김씨는 크게 잘 살지는 못했어도 두 아이와 함께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었다. 그러나 어느날 김씨 앞으로 날아온 수 천여만원의 신용카드와 사채 빚 독촉장은 단란했던 한 가정을 무참히 파괴했다. 모든 것이 김씨의 부인이 저지른 일이었다. 이후 부인은 가출을 했고, 김씨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안 곳곳에 가압류 예고장이 붙어, 아이들은 현재 김씨의 처가에서 키우고 있다.
가정과 직장을 한 순간에 잃고, 설상가상으로 무서운 병마까지 얻게 된 김종현씨.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월 15만원짜리 단칸방과 아직까지도 갚지 못한 사채 빚뿐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치료비와 입원비는 벌써 2000여만원을 넘어섰다.
김씨의 형 종일(예비신자.46)씨와 형수 박영심(마리아.43)씨가 병원비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으나, 김씨를 돕기에는 버거운 형편.
『재발만 하지 않았어도 그나마 살아갈 희망이 있었을 겁니다. 항암 치료 탓에 사람이 죽어가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앞으로의 치료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손주 녀석들 다 클 때까지 만이라도 건강해야 하는데…』
김씨가 훌훌 털고 일어나기만 기다리며 오늘도 아들 곁을 지키는 일흔의 노모 채씨.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을 살리겠다고 다짐하지만, 꼭 잡은 아들의 두 손 위로 흘러내리는 어머니의 눈물은 주체할 수가 없다.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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