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2부, 1장
제4단락 창조주(279~314)
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계획을 실현하신다.
하느님의 섭리(302~314)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존재뿐 아니고 존재의 양식(樣式)과 법칙까지도 정하시고, 만물을 이 존재 법칙에 따라서 궁극적인 완성에로 향하는 진행의 상태로 창조하시고 이끄신다.
만물에 대한 하느님의 배려와 지도를 하느님의 섭리라 한다(302).
하느님의 섭리는 모든 피조물의 모든 존재 양상에까지 작용하시므로 개별 사건과 역사의 흐름까지 포함해서 절대적 주권과 우선권을 행사하신다. 그러므로 피조물인 인간은 하느님의 섭리에 복종하고 신뢰해야 한다(303~305).
하느님의 섭리와 2차적 원인(306 ~308)
하느님은 만유와 만물의 완전한 주인이시지만, 경우에 따라서 어떤 피조물이 다른 피조물의 2차적 원인으로 작용하도록 섭리하신다. 특히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된(창세 1, 27) 인간에게 다른 피조물을 다스리는 권한과 책임을 주셨다(창세 1, 26. 28).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께는 절대적으로 종속되어 있으면서 다른 피조물에 대해서는 상대적 자율성과 관리권을 가지고 있다.
섭리와 악(惡)의 문제(309~314)
질서있고 좋은 세계의 창조주께서 당신의 모든 피조물을 섭리하신다면 왜 악이 존재하는가? 왜 하느님은 악이 없는 세상을 창조하시지 않으셨을까? 우리가 악을 말할 때에는 물리적인 악과 윤리적인 악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인 악이란 갖추어져야 할 것이 결핍된 불 완전성을 뜻하고 윤리적인 악은 갖추어져야 할 선(善)의 결핍상태 즉 죄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은 창조되었기 때문에 필연유(必然有)일 수 없고 우연유(偶然有)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연하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완전할 수 없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조물의 불완전성 안에는 생성과 소멸, 우등과 열등의 차이에서 오는 물리적 선과 물리적 악이 공존하는 상태가 당연한 것이다.
지성과 자유를 가진 피조물인 천사와 인간은 자유의지를 남용하여 윤리적 선의 결핍상태 즉 죄악을 세상에 가져왔다. 본질적으로 선(善)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어떠한 경우에도 죄의 원인일 수 없지만, 피조물의 자유를 존중하심으로써 악을 묵인하시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악이나 죄 자체를 승인하시지 않고, 악에서도 어떤 선을 도출(導出)하시기 위해서 악을 잠정적으로 허락하실 따름이다(성 아우구스티노).
성서는 이러한 악의 신비를 구세사의 흐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원조 아담의 범죄에서 구세주의 파견이 암시되었고(창세 3, 15), 성조 요셉은 형들에게서 팔려가서 온 집안과 겨레를 구하였고(창세 37장, 42장),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독생 성자 예수를 배척하고 십자가 위에서 사형했으나, 하느님께서는 이 지극한 악에서 인류 구원이라는 대선(大善)을 이룩하셨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세계와 역사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주님이심을 믿고 있지만, 그 섭리의 길은 깊은 신비에 싸여 있고, 때로는 인간의 지혜와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창조에 대한 신앙은 바로 섭리에 대한 신앙으로 연결된다. 만일 누가 창조를 믿으면서 섭리를 불신한다면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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