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과 넓은 이해심을 지닌 착한 목자』
김희중 주교를 잘 아는 이들은 김주교에 대해 「모범적인 신앙인」 「성실하고 겸손한 사제」 「사제 생활의 모델이자 표준」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분」이라는 수식어를 빠뜨리지 않는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항상 낮은 자세로 대하는 겸손함을 지닌 김주교가 언제 어떤 자리에서든지 신앙인이자 사제로서 깊은 신심으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소신학교 때부터 40여년 생활을 같이 해왔다는 동창 송현섭 신부도 『김주교는 동창들의 뒷바라지와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낮은 자리를 일부러 찾는 겸손한 사제』라며 『동료 사제들의 인화단결에도 천성적이며 존재 자체로써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며 평을 아끼지 않았다. 김주교가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교구 사제들도 첫마디로 『될 사람이 되었다』며 일찌감치 주교감으로 손꼽혀온 「착한 목자」이다.
이처럼 김주교가 참 사목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적인 배경이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김주교는 부친 김용섭(베드로)씨와 모친 박영님(율리아나)씨 사이의 3남3녀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다. 주변에서 「대모님」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교회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봉사의 삶을 살아온 어머니 밑에서 신심을 키워온 김주교는 어렸을 때부터 매사에 충실하며 성실한 신앙인으로 반듯하게 자라왔다.
부모님과 함께 매일미사를 다니고 새벽마다 『6남매 전부다 성직자, 수도자 되기를 바라며, 혹시라도 하느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당장에 데려가시라』고 하던 어머니의 기도 속에서 김주교도 자연스럽게 사제성소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또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고 하시던 부모님의 신앙심이 아마 김주교에게 알게 모르게 몸에 베인 듯 하다.
동네 친구들이 흙장난하고 놀 적에도 집안에서 십자가와 성상 앞에서 보자기를 두르고 미사 드리는 놀이를 좋아했다던 김주교. 김주교는 당시 집이 너무 가난해 언제나 완행열차를 타고 다녔는데 항상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5분이 황금 같은 시간』이라며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 신학교 방학 때면 공소에서 궂은 일은 도맡아서 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가르치곤 했다.
『김주교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아파서 업고 다니면서 동네 사람들 젖을 얻어 먹이고 키웠다』는 첫째 누나 김복순 수녀(성바오로 안나의 집)는 『다른 식구들에 비해 유난히 키가 작아 한참 발육기에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누나로서 너무나 안쓰럽기만 하다』며 『하지만 건강하게 이제 주교님이 되셨으니 누나로서 겸손하신 목자가 되시길 더욱 열심히 기도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서품동기 고재영 신부는 소신학교 때 친구의 우정을 확인해 볼겸 김주교에게 『내가 기계충에 걸려 너한테 문지르면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을 때 김주교는 『어쩌겄냐 니가 한단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준 고마운 친구로 회고했다.
김주교는 또한 신학교 교수로 재직시절 신학생들에게 엄격하면서도 늘 사랑으로써 감싸주며, 신학생들에게 올바른 사제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강의 시간에는 「베트맨 흉내」를 내보이는 등 조금이라도 신학생들과 가까이 하기 위해 자신의 품위를 아끼지 않는 자상한 선배의 모습도 잃지 않았다.
천성적으로 착한 목자요, 남을 배려하는 가난한 사제였던 김희중 주교. 교구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을 감싸 안으며 사랑으로 사목을 하는 어진 목자 되길 기대해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