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휠체어 부대가 출동했다. 여기저기서 나누는 밝은 웃음과 안부인사가 그들에 앞서 길을 틔운다. 능숙하게 휠체어를 운전하며 병실마다 들러 아픈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성가를 부르고 기도도 함께 바친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희망차게 살아가고, 우리를 보고 다시금 삶의 희망을 얻는 이들이 있다면 그 또한 우리들의 희망이죠』
미소와 힘찬 목소리. 인천 중앙병원 원목실 산하 「마르지 않는 샘」 쁘레시디움(단장=서정우 가브리엘) 단원들의 첫인상이었다.
인천 중앙병원은 산재의료원이 있는 곳으로 대부분 중증 장기환자들이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곳이다. 그래서 종종 장애에 절망한 이들이 투신자살을 기도하는 험난한 곳이기도 하다. 이 병원에서 레지오 마리애가 창단된 것은 지난해 6월 초, 8월 15일에는 정식선서를 했다.
단원들도 모두 산업재해와 사고로 수년 이상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증환자들이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는가」하는 절망감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들은 신심단체 활동은 커녕 미사봉헌하는 것만도 쉽지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2000년 말부터 김종오 신부(예수성심전교수도회)가 병원에 상주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원, 신앙적 구심점을 이루게 됐다.
레지오 마리애 주회를 시작하면서 단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봉사거리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인들도 환자로서 도움을 받아야했지만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것은 큰 의지가 됐다.
대부분 병원을 떠날 수 없는 환자들이라 우선 주변 환자들에게 사랑을 쏟았다. 매주 가톨릭신문과 주보 등을 병원 전 층에 배달하고,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심부름도 곧잘 하며 자연스레 예비신자들을 권면한다. 특히 단원들이 2인 1조가 돼 정기적으로 병실을 방문, 대화상대도 되어주고 기도도 함께 한다.
협조단원인 이성남(젤마노)씨는 전신마비로 회합은 참여하기 어렵지만 물리치료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단원들과 연결해준다.
『처음엔 사람들을 만나기가 두려웠습니다. 「네가 뭔데 남의 삶에 끼어드냐」는 말이 퍼부어질 때면 순간순간 성모님께 의지하며 힘을 얻었습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내 자신이 가장 절망적이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있는 환자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위로도 해줄 수가 있어요』
이제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지 않고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남을 배려하고 돕는데 익숙해졌다. 또한 『열심히 사는 것이 재활치료』라며 각자 달란트도 적극 개발하고 있었다.
김종오 지도신부는 『일반환자들과 달리 특히 장기치료를 요하는 지체장애환자들은 영적 정서적 동반자가 절실하다』며 『레지오 단원들이 그저 병실에서 함께 있어주고 한마디 대화만 나누더라도 그들의 모습에서 서로 위로를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지옥에 떨어졌다가 현재는 천국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마르지 않는 샘」 쁘레시디움 단원들. 「작은 일 작은 마음 적은 시간」을 하느님께 내어드린다고 하지만 이들이 내뿜는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에서 솟아오르 듯 넘쳐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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