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어느 날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진교훈(토마스.64.서울대 국민윤리학과) 명예교수는 환한 웃음과 함께 반갑게 기자를 맞아주었다. 잠시 엿본 3평 남짓한 연구실은 노(老) 교수의 땀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낡은 책장마다 빼곡이 들어찬 논문집과 연구서적들, 각종 자료집과 강의록들도 눈에 띈다. 서랍장 위에 놓여있던 작은 묵주도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그의 정년 퇴임에 맞춰 나온 「현대 사회 윤리 연구」(울력/560쪽/2만3000원)는 진교수가 대학 강단에 선 이래 30여년 동안 학회 등에서 발표했던 윤리학에 관한 글들 중, 이미 발간된 그의 단행본 저서에 수록되지 않은 것을 추려 엮은 것이다.
진교수는 이번 논문집에 대해 『윤리학의 출발은 인간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한마디로 의미를 부여했다.
책에서 다뤄진 논문 주제들은 각각 학문의 한 분야가 될 정도로 광범위하다. 가정 윤리, 직업 윤리, 문화 윤리, 성 윤리, 생명 윤리, 생태 윤리 등은 그가 윤리학의 연구 과제로서 화두로 던진 분야. 물론 가정 위기의 문제, 사형제도에 관한 성찰,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윤리적 고찰도 포함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제2부 7장의 「가톨릭적 정의관의 현대적 의의」. 그는 신구약 성서와 교황의 대 사회 교서를 예로 들며, 가톨릭 사회 윤리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와 윤리의 문제를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 그리고 현대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쉽게 풀이하면서 답을 제시했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가톨릭 교회와 현대 윤리학이 만나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또 진교수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시각에서 교회의 역할을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이는 최소한의 사회윤리가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사회윤리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부터라도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진정한 윤리규범을 만들기 위해 토론과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젊었을 때 보다 더 시간을 아껴 연구하지 못했음이 아쉽다』고 토로하며 『앞으로도 계속 연구할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에 한 평생을 바치고 지난 6월 24일 고별강연을 끝으로 강단을 떠난 진교훈 교수.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까지도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찬 청년의 푸른 기상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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