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에 이리저리 부대끼는 출퇴근 지하철. 단지 나와 나를 미는 무게들로 지하철 안을 나누어 보는 한 내릴 때까지 거긴 지친 나를 괴롭히는 지옥일 뿐이다. 그러나 그 무게들 하나하나가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의 별로 나와 다르지 않은 삶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우린 위로를 얻을 수 있다.
휙 지나가는 길옆으로 너른 논밭의 작물들. 초록빛 물결로만 감탄하며 지나는 한 농산물은 그저 더 값싸게 생산될 수 있는 상품일 뿐이다. 그 논에 들어가 허리 굽혀 흘려야 하는 땀과 한숨, 한 포기 한 포기 보듬어 주었을 우리 농민형제들의 정성어린 손길의 무게가 느껴질 때, 쌀 한 톨은 하느님이 내신 생명이다.
그 생명들을 단지 우리들의 가벼운 욕심과 게으름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 있는 나의 손은 정말 부끄러운 손이다. 일년에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이 굶주림에 지친 북한주민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주식의 양보다 많은, 그리고 이 땅에 몸 부쳐 사는 우리 농민형제들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수입 농수산물의 1.5배에 달하는 우리들의 현실은 결코 십자성호 긋고 수저를 들 수 없는 죄악의 생활이다.
이런 저런 강의를 할 때 계시를 받았다고 우긴다. 나중에 죽어서 하늘나라에 갈 때 그것들, 남긴 음식물, 남기게 한 음식물 그 모두를 하늘나라 문 옆에 쭈구리고 앉아 다 먹을 때까지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계시를 받았다고 우긴다.
지난 주 신학생들과 원주 광격리 공소에서 논을 매다 잠시 논두렁에 주저앉아 막걸리를 마실 때, 한 신학생이 내뱉은 말, 「이거 약을 확 뿌리든지, 장난이 아닌데요」. 그렇다. 너른 들판의 곡식들을 보며 흐뭇할 때 한 포기 한 포기에 맺힌 너희들의 땀을 기억하듯, 성당에서 수많은 신자들을 스쳐 지나갈 때 약치 듯 강론 몇 마디가 아니라, 그 한 명 한 명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한숨」을 만나야 비로소 우리는 목자라 불리 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대접받듯 농민의 마음도 대접하는 교회를 살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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