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어디죠?』
마을 주민 글라디(Senora Glady)씨는 손으로 집 앞을 가리킨다. 「눈을 비비고 쳐다봐도 그냥 벌판뿐인데 어디에 화장실이 있단 말인가?」 말도 통하지 않는 에콰도르 오지에서 가톨릭대 구시은(임마꿀라따.23.서울 구파발본당)양은 난감할 뿐이었다.
『처음 현지에 도착해서는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봉사는 둘째치고라도 당장 어떻게 생활할까 막막했어요』
구양은 NGO 단체인 세계 청년봉사단의 일원으로 에콰도르 과야킬(Guayaquil)대교구 페드로 카르보(Pedro Carbo) 마을의 본당에서 6개월간 봉사활동을 하고 지난 봄 귀국했다.
『닭장 치우는 것부터 모이주는 일 등 양계장 일을 하나하나 배웠어요. 오전 6시부터 12시간이나 일을 했지만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작업이라 전혀 힘든 줄 몰랐죠. 매일 함께하다보니 어느새 친해져 마을의 도로를 걸어가면 함께 밥 먹자고 조르기 일쑤였죠』
양계장 일은 닭을 기르는 것 뿐 아니라 닭을 잡는 일과 판매하는 일도 함께해야 했다. 판매에 나섰을 때는 어눌한 발음에 낯선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많이 팔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구양은 하루 3달러 밖에 안되는 임금으로 3끼 식사를 근근히 해결하는 주민들에게는 양계장 일이 생명과 같은 것이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일이 익숙해지면서 양계조합의 자금 관리까지 맡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어에 익숙해지면서 마을 아이들에게 성당에서 영어교실을 개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내가 가진 작은 지식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고 절 따르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어요』
바쁜 와중에도 구양은 현지에 파견된 한국인 선교사들과 함께 오지 선교활동에 나섰다. 교구에서 만든 자료도 나눠주고, 말은 잘 안 통해도 손을 마주잡으면 따뜻함이 전해졌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음만은 포근한 이들에게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았지요』
구양은 『앞으로 전공인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며 하느님 사랑을 함께 나누고,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같은 곳에서 국제 긴급구조 일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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