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과이라운드협상(UR)의 타결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우리나라는 1312개 전 품목의 농산물이 수입 개방되었으며 농림축산물의 수입액은 51.2%나 증가하여 세계평균인 32%를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농가경제의 버팀목인 쌀 또한 최소시장접근물량형태로 수입하고 있으며 매년 750억원씩 수매량이나 수매가격을 감축해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농가소득은 94년도에 2030만원에서 2001년 2390만원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감소한 반면, 농가부채는 94년도에 780만원에서 2001년말 현재 2030만원으로 무려 세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농사인구는 큰 폭으로 줄어 2003년 말 현재 전체인구대비 7.5%인 359만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형편이 이러다 보니 식량 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5% 남짓 되어 이제 식량안보는 고사하고 전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더 큰 어려움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 농산물협상과 우리나라와 칠레간에 체결하고자 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대적인 농산물시장개방 요구입니다. 세계무역기구의 농산물협상은 내년 말 타결을 시한으로 더 큰 폭의 시장개방과 국내농업보조에 대한 감축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만약 수출국의 주장대로 이번 협상이 타결된다면 우리의 농업.농촌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에 따라 빠르면 5년, 길게는 10년이면 종말을 고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앞서 농업강국인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이번 WTO농산물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고 있는 농업부문의 개도국지위유지나 쌀 관세화 유예 등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과수, 축산부문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우리농업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으로 다가올 것이 뻔합니다.
한마디로 우리의 농업.농촌은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농업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위기극복과 우리농업.농촌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식량생산과 함께 농업이 갖고 있는 환경보전 등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면, 농업개방에 맞서 국내농업보호와 농가소득보전을 위해 올바른 농업정책과 제도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 그간 농업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경제발전의 성과를 과감하게 농업부문에도 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르과이협상 타결이후 전 품목이 수입 개방되었음에도 이 만큼이라도 우리 농업.농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율의 수입관세와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과 노력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로는 민간부문의 자구적 노력으로 우리가 전개하고 있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같은 생명, 농업, 환경을 살리는 다양한 생활실천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입니다.
최근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고 국민경제의 성장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짐으로써 환경운동의 영역이 넓어지고 우리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생활협동조합운동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농촌의 친환경농업 실천조직들도 지속적으로 성장, 확대되고 있습니다. 농업을 보호하고 농촌을 살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위와 같은 생활실천운동에의 참여가 그 출발점입니다. 또한 농촌체험과 같은 도농교류운동, 어린이생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가족의 밥상을 우리농산물로 차리는 일 등 쉬운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바로 우리농업을 살리는 길이며 환경을 살리는 길일 것입니다.
농민들의 주장을 집단이기주의나 단순한 가격보장문제로 보지말고 우리 민족의 문제, 바로 우리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나의 문제로 여기고 모두가 함께 나섭시다. 그리고 오늘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농민주일의 제정 의의와 농촌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교회가 전개하고 있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다함께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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