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저를 주교로 불러주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면서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희중(히지노) 신임 광주대교구 보좌주교는 7월 10일 오전 11시 교구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두 손을 가운데로 모은 채 시종 부드럽고 차분한 어조로 인터뷰에 응한 김주교는 『대주교님을 비롯해 여러 신부님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보좌주교 임명을 받고 보니까 기대에 부응하는 목자로서의 삶을 잘 살 수 있을까하는 떨리고 두려운 인간적인 마음이 앞선다』며 『주님 사랑과 자비의 섭리에 맡기면서 기도하고 산다면 부족한 것은 주님께서 다 채워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교는 이어 『교구장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맞춰 여러 신부님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교구 신자들의 원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교구 발전을 위해 모든 힘을 다 기울이겠다』고 결심을 밝혔다.
사제품을 받고 첫 미사를 다니던 중 어느 한 신자로부터 『사제 생활 끝날 때까지 오늘 미사드리는 정성과 열심한 모습을 계속 간직해 달라』는 부탁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김주교는 『제가 어떻게 살겠다는 말보다는 사제품을 받을 때 그 첫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기도했던 기본적인 사제생활에 충실한다면 나머지는 주님께서 도와주시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제 생활 28년 중 대부분을 신학교에서 사제양성을 위해 노력해온 김주교. 그는 늘 신학생들에게 엄격하면서도 자상하신 아버지, 부드러운 선배의 모습으로 다가갔으며 기도 시간이면 먼저 성당에 나와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모범적인 신앙인이자 사제였다.
『신학교 재직시절 부족한 저를 미래 사제의 모습으로 생각하며 산다는 어느 신학생의 과분한 격려의 말을 들었을 때, 한편으론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더욱 잘 살아달라는 채찍질로 여기게 됐다』는 김주교는 『사제생활의 표양을 보여주는 것 또한 제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유산은 「신앙의 유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모님의 기도하는 모습이 제가 지금껏 살아오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사도직과 부제직을 만들 때 고아를 돕고 빵을 나누는 일 조차도 기도와 말씀 선포에 방해가 된다면 포기하라는 말씀처럼 하느님과 일치를 위한 기도와 말씀 선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기본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기도생활과 말씀 선포가 사제생활의 기본임을 강조하는 김주교는 자신의 사목모토처럼 『겸허한 기도와 성실한 노력으로 주님께 의탁하오니 나의 힘 나의 야훼시여 한 평생 당신 속에 머물게 하소서』라는 말을 꾸준히 실천해왔던 참 목자였다.
축구, 탁구, 태권도 등 운동을 무척 좋아해 로마 유학 중에는 외국유학생들을 위해 태권도를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는 김주교.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과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는 김주교의 모습에서 사목자로서의 온화함과 친근함이 느껴졌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신자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하느님의 뜻과 교회의 필요에 부응해 성실하게 사목자로서 생활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약력
▲1947년 2월 21일 전남 목포 출생 ▲1963년 2월 목포중학교 졸업 ▲1966년 2월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졸업 ▲1975년 1월 대건 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1975년 7월 사제수품 ▲1975년 7월 광주대교구 경동본당 보좌 ▲1976년 1월 광주 피정센터 지도신부 ▲1976년 10월 이탈리아 로마 유학 ▲1983년 2월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1986년 8월 교황청 그레고리오 대학교 졸업(교회역사학 박사학위 취득) ▲1988년 2월 광주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겸임 ▲2002년 2월 광주 금호동본당 주임 ▲2003년 7월 9일 광주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 이모저모
동창신부가 문장·상본 등 제작
○…김주교의 동창신부인 송현섭 신부(문화선교 담당)는 김희중 신부가 주교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주교 문장을 비롯해 목장과 반지, 상본 등 주교로서 필요한 각종 전례도구 등을 직접 디자인, 제작해 주기로 했다.
전례학을 전공하고 로마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송현섭 신부는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교회 장래를 위해 주교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동기로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김주교에게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한국 전통문향에다 성서적이며 단순 소박하면서도 품위있는 문장 등을 제작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본당 신자들 ‘기쁘면서도 섭섭’
○…축하 분위기가 완연한 13일 주일 금호동성당에서는 교중미사 후 김희중 신부의 주교임명 축하행사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 본당 사목회장 이건영(요한보스코)씨는 김주교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고 『언젠가는 주교가 되실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본당 맡으신지 1년 반만에 이렇게 급하게 소식을 듣게될 줄은 몰랐다』며 『정든 사목자를 떠나보내는 것이 못내 서운하지만 더 큰 소임을 위해 떠나시기에 본당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린다』고 말했다.
김주교는 답사로 『기도하며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성직자, 겸손하고 가난한 주교로서 살겠다』며 짤막하게 주교 임명 소감을 밝혔다.
본당 신자들은 광주대교구 설정 66년만에 금호동본당에서 주교가 탄생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면서도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자들은 김주교의 손을 붙잡고 『주교 임명을 축하드린다』는 말을 나누면서도 김주교가 본당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지 곳곳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