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가 아닌 시부모님이 반대를 하는데 좀 크면 세례를 받게하고 싶습니다』 『종교는 스스로 선택하도록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지켜보면 안될까요』

부모들이 자녀의 유아세례를 미루는 데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일선 본당 신부들은 「좀 더 크면」, 「본인이 가톨릭을 선택할 나이가 되면」 등의 이유를 내세울 때 「답답함」 이상의 「문제」임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혼인성사를 거행할 때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을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게 하고, 종교 교육을 받도록 노력할 것」 혹은 「신앙 교육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 서약했던 내용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얼마전 교회내 한 기관이 1931년부터 1993년까지 교세통계표 내용을 분석, 서울대교구 및 전국의 유아세례자수 증감 추세를 밝혔던 내용을 참고하면 1931~40년에 전체 영세자대 유아세례자비율이 69.5%(서울대교구), 53.5%(전국)였던 것이 1961~70년에는 각각 36.4%, 35.7%, 1991~93년에는 21.4%, 27.4%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가계내 계승이 신자 증가의 주축을 이뤄오던 예전에 비해 성인 영세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던 1980년대 한국교회 현실 등을 감안하더라도 유아 영세자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주목해야할 내용이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말 부터 현재에 올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이 무렵 한국천주교회 교세통계표에 드러난 7세 미만 신자 증감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999년, 2000년의 경우 -4.3%, -3.2%라는 수치를 보였는데 만 1세 미만 신자수까지 세분화한 2001년, 2002년 교세통계표에서는 만 1세 미만 신자가 각각 -17.1%, -33.4%여서 아이가 태어난 후 100일을 넘기지 않도록 규정한 한국교회 유아세례 사목지침 내용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진단이다.

주교회의 교회법 위원회(위원장= 정진석 대주교)는 유아 세례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 사명을 받은 교회는 일찍이 초세기부터 어른들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까지 세례를 주어왔다』면서 『그 이유는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 5) 하신 주님의 말씀을 어린이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알아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어린이들도 원죄로 타락하고 더러워진 인간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남으로 세례를 통해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가톨릭교회 교리서 1213항, 1250항 )』임을 설명한다.

교회법에서는 226조 2항을 통해 『부모는 자녀들에게 생명을 주었으므로 그들을 교육할 지극히 중대한 의무와 권리가 있으며, 따라서 신자 부모는 우선적으로 교회의 전승된 가르침에 따른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힘써야 할 소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1995년 교회법 규정에 따라 유아 세례 규정을 공포한 바 있다. 중요 내용은 『부모는 아기의 출생 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세례받게 하여야 하고 100일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47조), 『아기가 죽을 위험이 있으면 지체 없이 세례받게 해야 한다. 아기는 그 부모가 비가톨릭 신자이거나 원치 않더라도 세례받게 할 수 있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48조), 『버려진 아기나 주운 아기는 세례 받은 사실이 불확실하면 세례받게 하여야 한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49조), 『유산된 태아가 살아 있으면 기형이나 형태를 갖추지 못하였어도 세례 받게 해야 한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5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