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정에 약한 남자」로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었던 정통 트로트 가수 고영준(바오로.51.서울 당산동본당)씨가 최근 겪은 시련을 털고 일어서 새로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때는 가요계의 대가 고(故) 고복수.황금심씨의 장남이라는 수식어가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스럽울 때가 더 많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최고 가수가 되기 위한 길을 꾸준히 걸은 덕택에 많은 이들의 인정도 받았다. 그러나 고영준씨는 한창 시절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한 후로 연속된 불행을 겪어야했다.
특히 지난 2001년은 고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연속된 한해였다. 깊은 신앙심과 성실함으로 고씨 인생의 스승이자 큰 의지처가 됐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어 어머니와 이모도 병으로 잃었던 것.
72년 온가족이 세례를 받았던 그해 성당에서 만나게 된 아내 김영숙(마리아)씨는 몇 대를 이어온 독실한 신앙심으로 가정생활에서도 큰 모범을 보여주었었다. 20년이 넘게 두 이모와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병수발을 들면서도 불평 한번 없이 가족사랑을 발휘했던 아내였다.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죠. 하지만 한번도 하느님을 원망한 적은 없습니다. 아내와 사별 후에도 기도하고 있는 저를 보며 한 친구가 「바보」라고 한심해했지만 오히려 시련을 겪으면서 제 삶을 반추해보게 됐죠』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면서 그는 부부 사이의 책임의식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쉽게 이혼하는 젊은 부부들에게도 부부와 가족에 대한 올바른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최근 40~50대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남자의 길」도 아내를 생각하며 지은 노래다. 구절구절마다 애잔한 삶의 흔적들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히 묻어나와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평이다. 올 10월에 출시될 6집에도 아내에 대한 사랑과 어머님에 대한 효성 등 가족애가 넓게 묻어난 곡들이 여럿 담겨 있다.
앞으로 고씨 인생의 최고 목표는 평생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성실한 사랑을 보여준 아내를 생각하며 새 성당을 봉헌하는 것이다. 『여력이 안된다면 많은 이들이 편안히 와서 기도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자그마한 기도의 집이라도 짓겠다』는 바람이 생기자 일에도 더욱 열심이다.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서울 종로에 라이브 카페도 문을 열었다. 바쁜 스케줄 안에서도 각 본당이나 복지시설을 비롯해 그의 노래와 위로가 필요한 곳이면 출연료에 상관없이 달려간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을 통해 나의 인생과 노래를 더욱 성숙시켜 주셨습니다. 생을 다할 때까지 노래를 통해 더욱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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