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해 보지 않고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곳에는 보물이 없다」는 정보는 지도를 확인해 가며 그 곳을 샅샅이 찾아본 사람만이 갖게되는 지혜이다. 「그는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는 수고스럽게 그를 오랫동안 이해하고 사랑하려했던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명제이다. 이렇듯 지혜는 정직한 시간과 생명을 바침으로써만 확인될 수 있는 것이라는 이 진리를 깨닫는 것부터 지혜는 시작되는게 아닐는지….
지난주부터 지혜운동이 시작된 자리에 대하여 살펴보고 있다. 「궁중」 혹은 「가정」이 지혜문학을 배출하게 한 원상일 것이라는 가설들에 이어, 이번 주에는 인류 역사 상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솔로몬과 지혜운동의 발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솔로몬과 궁중지혜
솔로몬을 묘사하는 가장 대표적 키워드는 「지혜의 대왕」일 것이다. 이는 그의 개인적 지혜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시행했던 「지혜 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솔로몬의 열정적인 「지혜(문화) 장려책」은 지난주에 언급한 바 있는 「궁중지혜」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여기서 그가 그토록 적극적으로 문예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던 경위는 무엇이었는지, 화려하기만 했던 그의 영화 속에 감추어졌던 그의 정신적 갈증은 무엇이었는지, 그 속사정에 잠시 주목하고자 한다.
솔로몬의 지혜정책
솔로몬은 운이 좋은 인물이었다. 아버지 다윗으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강력한 통일왕국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기운 세고 카리스마 넘치는 아버지를 둔 탓에 별 걱정 없이 곱게 자란 솔로몬은 왕이 되자 선왕이 이루어 놓은 왕조의 분위기(거칠고 싸움 잘하는)를 고상하고 품위 있는 것으로 바꾸기에 전력을 다한다. 솔로몬은 왕권의 정신적 내실을 다지기 위해 현자(賢者)들을 대거 기용한다. 그의 궁궐에 있었다는 「왕실 학교」(일종의 엘리트 양성기관)는 이러한 인재 등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솔로몬은 대규모 건축 사업에 착수한다. 주변국에 존재하는 그 어떤 건물보다 훨씬 큰집을 지어 왕조의 위상과 힘을 만천하에 공개하겠다는 의지였다. 아무튼 7년에 걸친 성전 건설과 13년에 걸친 작업으로 거대한 궁전 건축이 완성되는데, 1000여명에 달하는 궁전 여인들(후궁과 첩들)과 그 몇 배에 달할 시종들이 함께 살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 궁전의 규모를 가히 상상할만하다.
솔로몬의 지혜
그는 3000가지의 잠언, 1005편의 노래, 레바논의 백향목으로부터 벽에 붙어사는 우슬초에 이르기까지, 모든 초목과, 짐승들의 이름(조류, 물고기들)을 논할 정도로 뛰어난 백과 사전적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명성은 주변국에까지 퍼져, 급기야는 이웃나라 여왕까지 찾아와 그의 지식을 확인할 정도였다. 이러한 솔로몬의 지혜적 소양은 지혜 장려책으로 마련된 궁궐의 대규모 도서관 덕택이었다. 솔론몬에 의해 등용된 인재들은 대대적인 문서작업에 들어가게 되고, 이들에 의해 야휘스트계 문서들과 몇몇 성서 전승들이 제작된다.
이 때문에 부르거만 같은 학자는 창세기 에덴 이야기(2~3장)와 다윗 계승설화(2사무 9, 20 1열왕 1~2) 등을 지혜운동의 산물로 보고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본다. 지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솔로몬이었지만, 그가 정녕 지혜로웠다면, 그의 죽음 이후 쿠데타로 즉시 양분된 이스라엘의 부실함은 누구의 탓으로 돌려져야 하는 건가? 그를 「지혜」롭다고 하는 이유는 어쩌면, 모든 「지혜」정책을 다 써보아도 그 안에서 하느님의 「지혜」가 부재 한다면 그것은 결코 「지혜」가 될 수 없다는 「지혜」를 깨달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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