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모씨는 현재 6개월째 동거 중이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은 결혼하라고 성화지만 그는 아직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는 『몇 년 더 지나면 모를까 아직은 서로 부담 없이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박모군은 같은 학교의 학생과 1년째 동거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적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대학생은 TV 드라마를 보고 자신도 동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인터넷으로 동거를 중개하는 사이트 서너 군데에 친구들과 함께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동거사이트 회원 10만명
화제가 된 드라마는 동거하는 두 남녀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경쾌한」 생활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처럼 가벼운 시각으로 동거를 희화함으로써 동거가 매우 즐거운 일이라는 편향된 이미지를 제공하는 한편 동거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실제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한 뒤 인터넷 동거 사이트를 방문하는 네티즌들의 수는 한 달 만에 두 배가 넘어섰다. 현재 약 20여 개의 인터넷 동거 사이트는 회원 수만 해도 10만여 명에 달한다.
동거를 찬성하는 이들은 동거가 결혼에 앞서 상대를 알기 위한 것으로 동거 경험이 오히려 이혼율을 줄일 수 있으며 동거가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로 이에 대한 논란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젊은이들의 경우, 동거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늘어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 10명 중에서 7명이 혼전 동거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계약 동거, 계약 결혼에 성적으로 자유로운 개방성을 표방하는 남녀도 나타나고 일부 대학가를 중심으로 성행한 동거 문제는 이미 수년 전의 일이다.

책임없는 가벼운 관계
교회는 혼인에 대해 「부부의 완전한 신의와 그 일치의 불가해소성」(사목헌장 48항)을 강조하고 「자녀 출산과 양육의 의무」(가정공동체 14항)를 가르친다. 따라서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계약 부부라든가 혼전의 시험적인 동거는 비록 합의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올바른 것이 아니다.
이동익 신부(가톨릭신학대 교수?윤리신학)는 『유용성과 쾌락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 현대 가정의 심각한 위기』라며 『참된 사랑을 위해 서로 희생하고 인내하며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 부부 관계라는 것을 믿지 않고 혼인 제도 자체의 의미를 상실함에 따라, 단순한 동거 형태의 부부가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혼인이 서로간의 책임과 의무, 배려를 요하는 사회적 제도이지만 동거는 아무런 책임, 의무도 지워지지 않는 가벼운 관계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순간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실행하는 동거는 파국에 이를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우리 사회 안에서 하나의 신드롬 현상을 일으키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동거는 사회적으로는 혼인과 가정의 의미를 퇴색시킴으로써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혼율의 증가 등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우리 가정의 해체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