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에 반포돼 지난 7월 25일 35주년을 맞은 이 회칙은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신자들을 포함한 일반인들과 가장 많은 갈등을 겪는 문제 중 하나인 산아조절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포 35주년을 맞은 회칙 「인간생명」이 제시한 올바른 부부 생활과 산아 조절에 관한 가르침들은 특히 혼인과 가정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과거보다 오히려 더 큰 의미와 중요성을 지닌다.
반포 배경
1958년 교황 비오 12세는 산아 조절을 위해 배란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일시적인 불임과 같다며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교황 요한 23세는 1963년 3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연구 위원회를 설립했고 바오로 6세 교황은 이 위원회를 인정하고 확대했다.
위원회는 배란 억제제에 대한 단순한 반대를 넘어서 피임법에 대한 교회의 종합적인 판단을 연구했고 1966년 6월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위원회 안에서 윤리 원칙에 대한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고 문제 해결의 방식이 교회의 혼인에 대한 윤리적 가르침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교황 바오로 6세는 위원회의 의견을 거부하고 별도의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한 뒤 이 회칙을 반포하게 된다.
개요
31개항의 비교적 짤막한 이 회칙은 부부 생활과 책임 있는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들을 제시하고 문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긴 사목지침을 통해 교회와 국가, 가정의 구성원들에 대한 당부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산아 제한, 즉 낙태, 불임수술, 인공적 피임에 대한 반대, 그리고 자연 주기법에 대한 권고이다.
교황은 『각각의 그리고 모든 결혼은 생명의 매개자로서 열린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자연법의 주장을 바탕으로 세 가지 산아 제한 기술을 반대했다. 즉 직접적인 낙태,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불임수술, 그리고 부부 행위에 선행, 동반하거나 그 필연적 결과로서 피임을 목적하거나 방법을 강구하는 모든 행위를 배격했다(14항).
문헌은 이처럼 인공적 산아 제한에 반대하면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생식 능력에 내재하는 자연 주기를 이용해서 출산을 조절할 수 있다』(16항)며 자연 주기법이 『정당한 산아 조절의 확실한 기반』이 되도록 하라고 언급했다(24항).
▲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생명」은 혼인과 가정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각종 부작용과 도덕적 타락, 반생명적 의식 확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의미와 중요성
회칙 「인간생명」은 피임과 산아 조절이 일반화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과 도덕적 타락에 대한 예언자적인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가톨릭교회는 「가정 공동체」(1981), 「생명의 봉사자」(1994), 「생명의 복음」(1995) 등 인간 생명과 관련된 많은 문헌들을 발표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을 거듭 확인하고 새롭게 대두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혀왔다.
오늘날 피임과 불임수술 등 인공적 산아 조절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만연하고 일반화됐다. 비신자는 물론이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조차 때로는 피임과 불임수술, 인공적인 산아 조절 방법에 대해서 깊은 윤리적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편견과 오해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생명」이 지적한 우려와 경고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거의 예외 없이 현실화됐고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깊이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낙태는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00만건 이상이 자행되고 있다. 인공적 산아 조절이 가져오는 반생명적인 의식의 확산 외에도 의학적으로도 인공적 피임이 각종 부작용과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으며, 자연 주기법이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와 효과를 지닌다는 것도 밝혀졌다.
회칙이 심각하게 우려한 것 중의 하나는 국가와 정부가 부부의 가장 내밀하고 고유한 권리의 영역까지도 침범할 위험성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가 개인과 부부의 생명의 영역까지도 침해하는 사례들이 이어졌다.
반포한지 35년이 지난 지금 회칙 「인간생명」의 메시지에 귀기울일 필요성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