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십여 년 전부터 몇몇 단체에서 힘겹게 해오던 밥상살림 생명살림의 땅 살리기 운동인 유기농산물 운동이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돈이 된다싶으니까 이제 수입 유기농산물이 조금씩 우리 주위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2004년 쌀시장 개방에 맞추어 중국의 유기농쌀인 「녹색쌀」이 준비를 마쳤고, 서울을 겨냥해서 산둥 지방에 대단위 유기농 채소밭도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널리 알림으로써 그것을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지키고, 그러한 환경은 그것을 지키려는 이들, 유기농 생산농민과 도시생활자들의 연대와 공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열심히 외치고 다녔는데 이제 또다시 싼값에 대량으로 들어올 수입 유기농산물과 그것을 수입해서 돈을 챙길 유통회사의 탐욕이 이 모든 것을 허망하게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농가 수익보장이나 돈 있는 사람들 건강식품으로 유기농산물 직거래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겨우 도시와 농촌간에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운동으로서 우리농운동이 싹을 틔우려 하는데 또다시 돈과 시장경쟁이 우리의 신념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군요.
값이 비싸서 주저하던 도시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기뻐하기에는, 생명의 땅을 지키려고 했던 이 땅의 올곧은 농민들의 의로운 희망이 무참히 꺾일 것을 생각하면….
함께 더불어 살 수는 없겠습니까? 미국처럼 넓은 땅에 기계로만 농사지을 수도 없고, 중국처럼 싼 인건비를 구할 수도 없는 이 땅의 올곧은 농민들이 양심과 신념으로 적어도 생존은 보장받으며 생명의 땅, 생명의 먹을거리를 지켜낼 수는 없겠습니까?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천지를 지으신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생명의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우리들의 신앙고백 첫줄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WTO체제의 세계무역질서도 아니고, 이윤과 시장경쟁의 탐욕도 아닌 피조물들의 뭇 생명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으신, 생명의 하느님이 주인되시는 세상을 향해, 오늘도 묵묵히 논밭으로 나서는 올곧은 농민들의 초라한 등 뒤에 서있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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