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귀래리를 방문하는 것이 제게는 커다란 기쁨이며 설레임입니다. 거기에 조관호 형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의 농촌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암담함 앞에서 마을을 살리고자 하는 젊은 귀농형제와 갈수록 정교하게 욕구를 자극하며 삶의 껍데기만을 부풀리는 도시문명 속에서 이건 아닌데 싶은 젊은 신부가 만나, 막걸리잔 기울이며 나누는 텁텁한 꿈이 여간 신나는 게 아닙니다.
뭐가 그리 필요한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아 마냥 바쁘기만한 도시생활 속에서 문득 떠나고 싶어도 꼭 신용카드 챙겨가라는 광고 앞에서 주눅들거나 화가 날 때, 겨우 떠나온 휴가이지만 장소만 다르지 결국 노래방가고 똑같은 맥주 마시며 도시생활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편하고 익숙한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울 때 여러분은 그냥 체념하시는지요?
시장경제라는 자본과 경쟁과 이윤의 강고한 벽 앞에서 속수무책 희망도 없이, 외국 농산물 수입으로 대신할 수 있는 단지 먹을거리 생산지로서 취급받으며 사그라져 가는 농촌 앞에서 그저 내 일 아니니까 중얼거리면 위안이 되는지요?
도시와 농촌이 서로의 목마름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서로의 삶을 알아가며 생활을 나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벼르고 별러서 오가는 도시와 농촌이 아니라 주말이면 아이들 손잡고 우리집 먹을거리는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그것을 대신 키워주는 농민형제들은 어찌 지내고 있는지 삶을 나눌 때, 우리는 도시와 농촌을 메마르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게될 것입니다.
농촌공소를 중심으로 도시교우들이 내 집처럼 마음 편하게 묵을 곳을 준비하고 함께 일할 논밭과 거기서 나오는 생명의 먹을거리를 나누며, 상품경제의 이윤을 위해 소비를 자극하는 무모한 자본의 탐욕에 맞서 소박한 삶의 자세를 배우는 생명의 터 우리농 마을을, 우리 곁에 있어왔던 오래된 미래를 꿈꾸어 보는 것입니다. 혼자 꾸는 꿈은 개꿈이 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합니다. 오늘이 제 마지막 글인 듯 싶습니다. 함께 오래된 미래를 꿈꾸고 싶은 분들은 우리농 홈페이지(www.wrn.or.kr)에서 뵙길 희망합니다. 저도 개꿈만 꿀 수는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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