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여러가지 활동을 함께 하던 부업작가에서 전업작가로서 새로운 취직을 합니다. 끊임없이 하느님께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활동에서도 완성을 향한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정년퇴임이라는 인생의 굵은 매듭 하나를 엮는 한국 현대화단의 대표작가 일랑(一浪) 이종상(요셉.65) 교수. 8월 31일 서울대학교 정년퇴임을 앞두고 9일까지 서울대 박물관 현대미술전시실에서 퇴임 기념전을 연 그의 모습에서는 퇴임의 아쉬움과 허전함이 아닌 등단을 앞둔 신인의 설레임이 그득히 묻어났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지 40년 만에 교문을 나섭니다. 학교를 통해 얻은 것도 너무나 많지만 아쉬움보다는 다시 신인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입니다』
이종상 교수는 현대 한국미술의 새로운 정체성을 수립한 대표작가로 손꼽힌다. 한국미술의 원형이 벽화에 있다고 본 그는 고구려 벽화를 연구했고 우리 고유미술의 우수성과 총체성 그리고 통시성을 이어 그 안에 현대적 생명을 끊임없이 불어넣었다.
이렇게 그의 예술세계에는 「역사와 의식」이라는 화두가 늘 함께한다.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의식화 된 사고를 통해 추상과 구상, 서양화와 동양화를 넘나들며 수천점의 그림을 자유롭게 표현해왔다. 특히 이교수 만큼 다양한 직함으로 맹렬히 활동해온 인물도 드물다. 그는 대학교수 뿐 아니라 미술인으로서 최초로 맡은 박물관장, 서울대 현대미술관 관장 등의 다양한 활동을 보였다.
왕성한 활동을 보여온 이교수의 예술세계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 그는 『그림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한, 결국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그는 작품들 특히 「원형상」(源形象) 시리즈에서는 항상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그려내고 있다.
『예술의 길은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길입니다. 예수님의 구원역사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더욱 충실히 그리스도를 닮은 길을 갈 때 신앙의 토착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한국교회가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실제 신앙이 토착화된 부분은 적다』고 지적하는 이교수는 『퇴임 후 토착화된 우리의 회화기법으로 한국의 순교자와 성인들의 영정을 마련, 우리의 신앙을 드러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련해지더라도 노쇄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이교수. 그의 호가 뜻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예술의 물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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