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나를 복되다 하리이다」(루가 1, 48).
「마니피캇」에서 엘리사벳의 찬사를 들은 후 마리아가 밝힌 이 고백은 신앙으로 인해 「복된 자」가 된 자신의 처지를 예견하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양을 담고 있다.
「평생 동정성」 「신적 및 영적 모성」 「원죄없는 잉태」 「몽소 승천」 등 특권을 가지는 마리아는 이 네가지 교의를 통해 「교회의 어머니」 「공동 구속자」 「전구자」 「구세주의 헌신적 협조자」 등 칭호를 얻고 있기도 하다.
신학자들은 복된 처지의 마리아가 갖게된 이러한 특권과 칭호의 배경에는 「부르심」 「선택」을 받기 이전이나 하느님 모친이 되신 이후에도 일관성 있게 그의 삶과 존재를 주도한 「신앙」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같은 활력 넘치고 역동적인 신앙 덕분에 마리아는 특별히 선택되었고 복된 처지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됐다는 해석이다. 모든 것을 파악하지 못한(루가 2, 50) 상황이었지만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한 모습 속에서 그의 신앙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탄생 예고 장면에서는 마리아가 지닌 신앙의 역동성을 볼 수 있다. 불안하고 심적인 동요를 느꼈지만 성령의 손길을 체득하면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내적 조명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고 다만 그 일이 어떻게 발생될 것인지 묻고 하느님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천사의 말을 굳게 믿었다. 즉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보증해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확증해 주는 믿음(히브 11, 1)』 안에서 하느님이 제시해 주는 행복의 길을 찾아 나섰다.
최영철 신부(마산 양덕동본당 주임)는 『신앙덕분에 마리아는 항상 하느님 뜻에 순종하는 자,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자, 성자와 모든 이들에게 봉사하는 자가 되었고 또한 성자의 구원사업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협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신부는 『마리아는 신앙에 있어서 우리보다 앞서 나아간 「신앙의 어머니」임이 분명하다』면서 『마리아 안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신앙은 하느님 주도권에 의해 이뤄지는 신비 은총이며 또한 아울러 인간이 응답해야 하는 소명, 과제이고 따라서 불투명과 의혹을 극복해 나가면서 발전해 가는 역동적 실재』라고 덧붙인다.
마리아의 신앙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전적 순종인 동시에 자신을 전적으로 봉헌하는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이것은 그녀가 하느님 손안에 있는 도구이지만 죽은 도구가 되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이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마리아가 보인 전적 순종 및 봉헌의 신앙은 새롭고도 순수한 그리스도교적 신앙 모습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우리는 「마니피캇」에서 마리아가 지녔던 찬양 및 감사로서의 신앙을 배울 수 있고 또 성전을 둘러싼 세가지 일화에서는 하느님 신비 앞에서 불이해 또는 당황을 겪게 되지만 탐구를 통해 신비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게된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고(루가 2, 50) 신기하게 생각하였던 (루가 2, 19)』 여러 일들을 접하지만 『마리아는 그 모든 것을 당신 마음속에 새기어 곰곰히 생각하였다(2, 19)』는 부분에서 보듯 마리아는 기억하고 관상하는 지혜로운 믿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가나 혼인 잔치에서 마리아는 곤경에 처한 신혼부부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그들에게 포도주가 없구나』라는 말로 예수께 간구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단지 신혼부부와 하객들에게만 정성을 쏟고 마음을 향하게 하는, 남에게 봉사하는 중재 신앙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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