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광풍(狂風)」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릴레이처럼 계속되고 있는 자살 사건들과 관련 주교회의 「생명 31 운동」 책임 주교 및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본지와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이주교는 『최근 들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자살 문제는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생명 문화의 약화, 죽음의 문화가 팽창되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존을 위해 교회는 물론 정부도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물질 만능주의와 경쟁위주 사회 속에서 삶의 절대적인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 최근의 자살 현상 속에 드리워진 골깊은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 이기헌 주교는 『성공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분위기는 경제적 능력을 상실하거나 경제적인 면에서의 좌절을 경험한 이들을 절망감으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교는 『사회와 이웃안에 인정이 메말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별히 극도의 가난에 시달리고 있거나 사업 실패로 빚에 쪼들리고 살아갈 길이 막막한 이웃이 바로 곁에 살고 있는데 극도의 개인주의와 무관심은 사람들을 고립감과 절망감에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가정붕괴 해체」의 영향도 자살을 부추기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인 이주교는 『가정이 건강한 인간을 양성하는 보금자리와 가족간 사랑을 나누는 기능을 상실하면서 끈끈한 유대와 사랑은 깨어지고 자녀는 자녀대로 부부는 부부대로 살아가는 풍조가 여러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주교는 『잇따른 자살 현상은 하느님께서 이 시대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 교회에 새로운 징표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 『우선적으로 삶에 허덕이고 번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생명에 대한 의식 전환 노력 및 구체적 행동을 마련해서 신자들이 각 본당, 소공동체, 가정 안에서 생명문화를 일궈나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70∼80년대 교회가 독재에 항거하고 정의구현을 위한 선봉에 섰던 것이 시대적 요청이었던 만큼 지금 한국 사회 안에서 생명문화 건설은 교회가 맡아야할 시대적 사명입니다』
이주교는 그런 면에서 주교회의를 중심으로 추진중인 「생명 31 운동」이 무뎌진 생명 의식을 새롭게 일깨우는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살현상 등은 앞서 언급했듯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물질위주 학력 경쟁위주 사회 안에서, 또한 모자보건법 등으로 낙태 풍조가 만연했던 경향 안에서 누적된 생명 경시풍조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 31 운동」은 그러한 죽음의 문화를 다시한번 종합 정리하며 생명에로 바꾸고 실천하는 생명 의식운동이며 문화운동입니다』
『신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아무런 결실도 가질 수 없고 단지 구호뿐인 공허한 운동이 되고 말 것』이라고 전한 이주교는 『우리 신자들의 생명 문화를 건설하려는 노력 열성이 사회에도 전달되고 반향을 일으킬 때 「생명 31 운동」은 비로소 자리잡게 될 것이며 우리 사회에 교회가 해야할 역할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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