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방학을 하면서 안에서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와 밖에서는 매미소리가 한창이다. 지루하게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장마가 끝나고 오랜만에 소나기가 내렸다. 반가운 마음에 집 안에 두었던 화초 몇 개와 벽에 걸린 트리안(아이비계통의 줄기식물)도 현관 밖 창문턱을 이용해서 벽에 걸어놓았다. 나무와 화초들이 생기 있게 보인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생기 있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잘 자라라!!!」
내리던 비가 개이고 다시 햇빛은 쨍쨍해졌다. 흠뻑 맞은 비에 괜찮겠다 싶어 마당의 나무와 화초들에 물을 주지 않았다. 한 이틀 시원한 것 같더니만 언제 비가 왔냐 싶게 다시 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매미소리는 더욱 시끄럽게 들린다. 며칠 물을 주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무(관)심하게 보내던 어느 날 아침, 나는 트리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반정도가 말라 죽어있었고, 그 나머지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가 하고 위를 보았더니, 창문 위의 짧게 드리워진 처마가 비를 막아 주었던 것이다.
당연히 비를 충분히 맞아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내가 해놓은 일이지만 터무니없었다. 밖에 내다 놓았으니, 당연히 비를 맞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대였다. 한창 이쁘고, 탐스러웠던 트리안의 모습은 흔적을 감췄다. 말라비틀어진 줄기를 다듬어 잘라주니 몇 가닥 남지 않았다. 어떻게 그 좁은 처마가 이 정도로 비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인지 의아스럽다. 살수 없어 보이는 부분을 잘라낸 트리안 모습은 전과 달리 볼품이 없었다. 며칠 간 공을 들였더니 다시 생기를 찾았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기특한 생각이 들었고, 역시 「관심」이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이러한 경험은 자주 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고 돌본다지만, 내 방식 위주의 고정관념과 기대, 어른 중심의 교육 방법은 아이들의 성장을 막을 때도 있을 것이다. 드리워진 처마를 쉽게 잘라낼 수 없다 해도, 정성껏 물을 주고, 관심 있게 대화하면서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어야 하겠다. 교육(양육)은 어른들이 기대를 만족하고 주입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받아들이고 따라와 줘야 하는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방학은 부모들의 본격적(?)인 개학이다. 그렇다면, 부모들의 과제는 누가 검토를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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