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지혜, 그 차이점
구약성서의 지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구분해야 할 것은 「지식」과 「지혜」이다.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의 대사회적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지식인 우월주의」의 표면화일 것이다. 명문 대학의 인기 학과가 줄 수 있는 사회적인 보장에 부모들은 열광하고, 이 열광주의는 청소년들을 아무도 빼내 줄 수 없는 어둠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대한 경악과 부정의 목소리도 높지만, 진정한 반성은 방기된 채 여전히 우리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질과 양에 따라 그 사람을 등급 매기는 데 익숙해져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지혜로운 사회」가 되었느냐, 라고 묻는다면 모두는 고개를 절레 흔들 것이다. 지식과 지혜는 이렇게,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이들의 차이점은 한자를 통해서도 제시된다. 두 단어 모두 「지」로 시작되지만, 지식의 지(知)는 화살을 뜻하는 시(矢)와 입을 뜻하는 구(口)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식」이 자신이나 타인의 입에 화살을 쏘아대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반면, 「지혜」의 「지」는 지(知) 밑에다 일(日)을 더한다. 즉, 「지식」을 보다 밝고 떳떳하게 사용할 때 정당한 「지」(智)가 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인간 의식 활동의 가장 중요한 단초는 그 앎에 대한 「경외」(두려움)라는 것이다. 지식을 잘못 쓰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고, 지(知)는 이에 대한 두려움을 알고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지(智)가 된다는 성숙한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성서는 모든 「지혜의 시작을 두려움」으로 보고 있다.
지혜와 두려움
신에 대한 경외-두려움은 고대 근동의 문학과 제반 종교 현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티브이다. 사실 고대사회일수록 초자연 앞에 갖게 되는 경외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성서의 「하느님-두려움」에 대한 주제는 이러한 초자연적 현상에 종교적인 특성이 맞물려 발전한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주님을 두려워함은 행복이요 영예며, 쾌락이요 환희의 극치이다.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는 마음이 즐겁고 행복과 희열을 맛보며 수를 누린다.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는 삶의 끝이 좋으리니 죽는 날에 축복을 받으리라』(집회 1, 11~13). 두려움은 경외와 신뢰, 사랑에서 나온다.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신선한 긴장감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한 일종의 방심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의 지혜」보다 「하느님의 지혜」를 믿는 것, 그것이 곧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의 시작이며, 진정한 지혜의 시작이다. 다른 말로하자면 신이 내게 부여한 삶을 그분의 뜻을 경외하기 때문에 긍정하고 수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혹자는 질문할 것이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 역시 하느님의 뜻이라고 긍정해야하는 것인가? 이 문제는 욥기에서 전적으로 다루게 될 주제이지만, 여기서 잠시 그 대답만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답은 「그렇다」이다. 지혜문학적 관점에 의한다면 「고통은 지혜를 발견하게 되는 교육적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혜문학은 고통을 축복으로 이해한다. 하느님과 삶의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특혜가 고통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고통에 대한 신학적 이해는 결국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그 절대적인 예를 발견하게 된다. 나중에 더 깊이 설명하도록 하자.
두려움없는 얼굴
얼마 전 출판되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힐라리 여사의 책 표지를 본 적이 있다. 두려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화려한 웃음이 신기했다. 전 세계가 야유를 퍼부었던 남편의 스캔들을 겪은 아내에게 그런 화사함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해서였을까. 하지만 표지를 물끄러미 보면서 나는 이내 생각을 수정하고 말았다. 두려움 없는 얼굴은 어쩌면 두려움을 정면에서 본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진실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사 그 미소가 치밀하고 정교하게 위조된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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