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 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숨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한 길을 택해야만 하는 인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선택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인간의 모습을 단순한 언어로 묘사하고 있는 시입니다.
필자는 이 시를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처음 대한 후 지금도 가끔씩 읽어 보곤 합니다. 그리고 읽을 때 마다 느끼는 느낌은 이러한 선택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과 이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놓아 버리고, 지금의 삶을 만든 나의 선택에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 활동의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으로 외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는 매우 초라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초기 병자들을 고치시고 마귀들을 추방하자 많은 군중들이 그분을 따랐고, 또 남자만도 5000명이나 되는 대군중을 먹이시자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고까지 하는 인기 절정의 시기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인가, 예수님께서 성체성사에 대한 설교를 시작하고 결단을 요구하시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버리고 떠나가고 예수님의 주위에는 겨우 베드로를 위시한 12명의 제자만이 남았다는 내용이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그러면 왜 떠났을까요. 성서는 성체성사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 때문이라 합니다(60절). 그렇습니다. 동물의 피까지도 엄격히 금하는 유대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자신의 살과 피를 먹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 결과 그들은 불평하면서 떠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관습적인 이해에서 출발한 신앙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성체성사의 빵과 포도주는 신앙인들에게 축복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사실은 그것이 유대인들에게는 신앙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믿음으로 성체성사에 접근한 반면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한 이해로 접근한 것이 바로 그 차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믿음에서 올바른 인식이 주어진다는 믿음과 인식간의 해묵은 교훈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보면서 또 한 가지 묵상해보고 싶은 부분은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하는 선택을 요구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베드로 사도의 응답입니다. 이 대답은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가이사리아 지방에서의 베드로 사도의 신앙고백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말로써, 신앙은 선택과 결단의 삶이라는 사실. 그리고 신앙의 응답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의 결단이라는 사실을 교훈으로 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묵상해야 할 바는 신앙의 선택은 어느 한 순간 단 한번의 결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이루어져야 된다는 것이고, 베드로 사도와 같이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선택이 순간 순간 이어질 때 제자됨의 길은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결단을 요구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우리는 어떤 응답을 드리고 있는지 나의 삶을 반성해 봅시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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