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주에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이 지혜의 시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지금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굴지의 재벌을 비롯하여 연일 보도되는 자살 소식 속에 정말이지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한국이라는 이 병든 사회를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일반적으로 두려움은 「상실」에서 온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수용하지 못하고 승복하지 못하는 것은, 잃어버릴까봐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은, 나를 「약자」로, 「억압받는 객체」로만 뇌리 속에 입력시키고 있기에 발생하는 일종의 종속심리일 수 있다. 즉, 나는 그저 「타자」일 뿐 주체적 삶을 살지 못하고, 무엇을 빼앗아갈지도 모르는 바로 그 상대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리고 내 삶의 주체로 상정해 놓고 있을 때 모든 것은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구약성서 지혜문학은 우리가 정녕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타인」이나 「사건」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뿐임을 명시하고 있다. 타인과 주변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을 비겁하고 치졸하게 만들지만,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은 받아들임과 수용, 그리고 용기를 전해준다. 하느님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경험 위주의 지혜
이제 지혜문학의 다른 주제로 관심을 돌려보자. 구약성서 지혜는 철저히 「경험」에 근거하고 있는 사실적 지혜였다. 즉 이론적 체계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관심에서 발생한 지식을 지혜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식」과 「지혜」의 차이점에 대하여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가 지식사회는 되어가고 있을지언정 정작 지혜로운 사회는 요원하기만 함을 지적한 바 있다.
사실 「지식인」이라고 해서 곧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험의 부족」에 있다. 도서관이나 대학강단은 세상에 「대하여」 알게 할 수는 있지만, 그 세상「을」 보고 체험하게 하지는 못한다. 무엇에 「대하여」 아는 것과 무엇「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르다. 결국 세상을 경험해보지 않은 지식인들은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말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다. 세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정치-사회적 현안들은, 지식인이며 동시에 지혜로운 인재와 지도자의 부재에서 발생한 것들이라는 점, 아마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들음의 신학
이러한 맥락에서 실제적인 경험의 중요성은 타인, 현자들의 경험에 대한 「경청의 자세」를 부각시키게 되고, 이는 『들어라』라는 주장으로 특징지어진다(잠언 1, 8. 33 4, 10 12, 15 등). 1열왕 3, 9에서 솔로몬은 그의 백성을 다스릴 수 있도록 『듣는 마음』(들을 「귀」를 달라고 하지 않고, 들을 「마음」을 달라고 한 부분에 주목하라)을 달라고 청한다. 듣기에 실패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의 길은 그의 눈에 옳아 보이지만, 충고를 듣는 사람이 현명하다』(잠언 12, 15). 사실상 모세오경과 예언서의 강조점을 인간의 오관(五觀)과 연결시켜 설명하자면 「봄」(示)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죄 이후 죄로 인해 손상된 인간의 눈은 심하게 변질되었고, 결국 부끄러움과 수치만을 발견하게 된다(창세 3, 7 참조). 이후 모세와 예언자들은 인간의 눈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한계, 그리고 그 문제점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발한다.
사실 여러 예언자들의 신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인간의 시각」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자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다. 신약성서에서 자주 나오는 장님과 관련된 소재들 역시 이런 주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지혜문학에서는 그 중요성을 「들음」으로 전이시키고 있다.
자신의 봄과 생각만에 머물러 있을 때, 우리는 심각한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되고, 더욱 이를 근거로 무분별한 고집을 내세운다면 모순적이고 불편한 삶만을 주변에 재생산하게 된다. 「타인에 대한 개방」과 「경청의 자세」야말로 나 자신과 나의 위상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식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것이 곧 지혜문학이 강조한 지혜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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