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기쁨을 발견하게 해주고 그 기쁨 속에서 살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뿐입니다』
22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하고 오는 8월 31일 군문을 떠나는 해군 군종감 지경준 신부는 군과 군사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영원히 남고 싶다는 말로 고별사를 대신했다.
주위로부터 「부드러운 오빠」라 불릴 정도로 군 사목시절 내내 묵묵히 일하며 외유내강의 사목자적 이미지를 심어왔기에 그의 전역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년 임기의 해군 군종감으로 마지막 군생활을 불사른 지신부는 임기 중 종교간 화합을 무리없이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옛날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고된 함상 경험도 함께 하며 해군 장병들과 동고동락해온 그이기에 떠나는 아쉬움보다 남겨진 이들을 위한 염려와 당부가 길어진다.
출렁거리는 배 위에서 미사를 드리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지신부는 지난 삶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한발한발 다가설 때마다 자신의 눈을 새롭게 열어주신 하느님의 뜻을 깨달아온 길이었음을 털어놓는다.
감사의 말을 연발하는 그에게 신자들에게 꼭 한마디를 남겨달라고 하자 내놓은 말이 『기도 중에 가장 좋은 기도는 감사의 기도입니다. 살아가면서 늘 주님께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을 때 우리 인생의 푯대도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감사하는 삶에 대한 당부였다.
어디를 가든지 그리스도인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살면 그것이 곧 하느님나라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지신부는 당장 주위 사람들이 세례를 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싹이 틀 것이라는 믿음도 여전했다.
『군을 통해 배우고 살아온 사랑의 삶을 이제 또 다른 세상과 이어주는 징검다리 삼아 군사목과 교회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군종교구는 교구민과 지신부와의 마지막 만남의 자리로 오는 9월 1일 오후 6시 충남 논산 삼위일체 성당에서 전역미사와 축하행사를 마련한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지경준 신부는 1980년 사제품을 받고 대전교구 예산본당 보좌로 사목일선에 첫발을 내디딘 후 81년 8월 해군 장교로 임관, 해병 제1사단 군종신부로 군종교구와 첫 인연을 맺었다. 지신부는 이어 해군본부, 해군사관학교, 해병 제2사단, 해군 작전사령부, 해병대 사령부, 해군본부 등을 거쳐 지난해 제26대 해군 군종감으로 취임, 사목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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