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우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삼척 지역의 한 노조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 표창을 받기 위해 청와대에 다녀와서 하는 첫마디가 『나라가 걱정 된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대통령께 표창을 받는 그 순간에 배석했던 청와대 참모진들이 손을 바지에 넣고 히히덕거리면서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시골 초등학교 시상식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분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권위와 지도력의 부재가 너무 안타깝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과거와 같은 강요된 권위와 예의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 때문에 권위나 예절 안에 자리 잡은 내적 정신마저 파괴될 수는 없습니다. 자칫 탈 형식 때문에 내적정신이 파괴된다면 그 폐해는 강요된 형식의 폐해보다 결코 작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변혁기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우리 시대의 삶의 양식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늘 복음은 조상의 전통에 대한 논쟁을 통해 내적 실재와 외적 형식의 관계에 대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과 제자들은 손을 씻지 않고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를 보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과 제자들을 공격합니다.
유대인들의 사고에 의하면 인간은 접촉에 의해 부정을 탄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식사 전에 손을 씻는 행위는 위생적인 면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의미에서 정결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즉, 부정을 타지 않기 위한 예방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복음에 보면 시장에서 돌아와 몸을 씻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장은 부정한 장소였습니다. 상행위 자체도 부정한 것으로 여겨졌고, 또 그곳에는 이방인들과 부정한 죄인들이 함께하는 장소요, 율법에서 금하는 부정한 식품들도 거래되던 악이 뒤끓던 장소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부정한 사람이나 사물과 접촉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시장에서 돌아온 후 몸을 씻는 행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은 부정을 씻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정결법은 몸을 정결하고 거룩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써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의도가 문제가 아니라 씻는 예식 자체를 절대화한 것이 문제고, 씻는 예식이 곧 정결을 가져온다는 자동적 사고에 빠졌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정결법을 가지고 도전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이사야서를 인용하면서 사람의 전통 때문에 전통의 근본 의미인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계명이 의미하는 바는 정결법의 정신 자체, 정결법을 낳은 하느님의 뜻이 형식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 당시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형식적인 율법주의를 비판하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말씀이 모든 형식을 부정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외적형식과 내적실재는 처음부터 적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중 하나가 절대화됨으로써 다른 하나가 소외될 때 문제는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여기서 예수님의 비판은 모든 외적 형식을 거부하는 소위 개신교적인 의미의 비판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14절 이하 부분은 무엇이 사람을 욕되게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사고방식에 의하면 깨끗함과 더러움은 사물에 붙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에 대해서도 정결한 식품과 불결한 식품을 가려 놓았습니다. 불결한 식품에는 돼지고기와 개고기 그리고 오징어나 미꾸라지와 같은 식품들인데 유대인들은 이러한 부정한 식품을 먹으면 사람이 더러워진다고 생각하고 금기식품법을 만들어 사람의 부정을 막고자 했는데 14절 이하는 이 법에 대한 비판입니다.
즉, 사람이 부정을 입게 되는 것은 불결한 음식 등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오는 악한 생각과 행동 때문이라는 것, 다시 말씀드리자면 깨끗함과 더러움의 근원은 마음의 문제이기에, 음식으로 대표되는 나를 둘러싼 외적 요인에 시선을 두고 따질 문제가 아니라 우리 행동의 근원인 마음의 수양을 우선하라는 말씀입니다
내적 정신이 아니라 외적 환경에 신경 쓰는 나, 정신건강과 마음의 아름다움에는 인색하면서도 육체적 건강과 아름다움을 위해 나름대로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하나의 도전을 주는 말씀이 바로 이 말씀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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