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고 했던가? 정말 그렇다. 말 그대로 「대단히 빠르게 부는 바람, 무섭게 밀려오는 큰 물결」처럼 사춘기를 접어든 아이들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특히 많다. 인생의 전환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작업이 쉬울 수 만 없는 것이 당연한데, 사춘기를 유별나게 보는 어른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 나도 사춘기를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쓰고 있고, 후대에도 쓸 말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 달라!」.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여름 캠프 시간 속에 「사춘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올 여름방학동안 5박6일간의 가족캠프는 은인의 배려로 제주도에서 지냈다.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다는 것에 신났고, 친구나 방문자들에게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자랑을 쉼 없이 했다. 비행기 안에서 주는 음료수의 선택을 두고도 진지한 모습들이 귀엽고 재밌었다. 구름 위에 있는 자신에 신기해하고, 한 컵의 음료 속에서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담아내는 아이들의 천진함에 가슴이 뭉클했다. 더욱 긴 비행기여행을 꿈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우리들은 금방 제주도에 도착했다.
도착하면서 내내 날씨의 변화가 심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가 하면, 바람과 함께 심하게 내렸다. 날씨 탓인지 아이들도 뭔지 모르게 시큰둥했다. 말수도 줄고, 주변상황을 귀찮아했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했고, 아이들이 뭘 원하는 지 감지하기 힘들었다. 절경을 감탄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처져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날씨에 적응하듯 나는 아이들의 태도에 적응해갔다. 「비가 와서 어쩌나, 덜 왔으면 좋겠다」 하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비가 더 오면 우비도 입고, 더 오면 그냥 젖고…그러다 보니 변덕스런 날씨가 변덕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지내는 것이지 날씨가 좋길 바란다거나, 날씨가 왜 이러냐고 투덜거린다고 날씨가 바뀌겠나? 바람이 불어야 하면 불고, 비가 와야하면 와야지. 자연의 순화를 내가 어찌 조정하겠어!」 그 사이에 아이들의 태도에 한층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춘기도 마찬가지로 자연인으로서 거쳐가야 할 바람이며, 폭풍우라는 생각을 한다. 「바람이 어디서부터 부는지, 왜 부는지를 아는 이가 있을까?」 이렇듯 사춘기의 과정도 바람이 일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자신도 모르고, 부모도 모르게, 불고 휘몰아치는 흐름이 아닐까 싶다. 「질풍노도」의 이유를 알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 그러기에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를 안다해도 그것이 모두가 아닐 것이다. 이런 사춘기과정을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심정의 애달픔을 내가 겪고 있는가? -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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