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수는 20만명이 훨씬 넘지만 점자를 활용할 수 있는 장애인들은 1만명이 채 못됩니다. 신체의 장애도 고통스럽지만 현대 사회 안에서 장애인들은 정보와 차단됐을 때 더 큰 좌절감을 느낍니다』
서울 인성 시각장애인 정보문화센터 소장 이창화(요한.46.서울 삼성동본당)씨는 일명 「소리나는 책」을 6년째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개발한 「소리나는 책」이란 책 원문을 스캔해 전자도서관 서버에 올린 다음, 그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통해 듣는 것. 현재 정보문화센터(www.pungnapwelfare. or.kr)에 마련된 책이 5000여권 정도로 컴퓨터만 있으면 수천 수만명도 동시에 책을 「들을」 수 있다.
이씨가 이렇게 음성도서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오래 전 한 다짐 때문이었다.
이창화씨는 본인도 1급 시각장애인이다. 「선천성 망막변성증」을 가졌던 그는 고교입학 직전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장애를 얻고도 학업에 대한 열정으로 타올랐던 그는 책을 찾아 헤맸지만 맹아고등학교에 비치된 점자책은 고작 100여권. 그나마도 닳아서 해독하기 어려운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이씨는 「앞으로 내 후배들은 꼭 책을 읽게 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음성도서의 전신은 테이프 녹음도서였다. 81년부터 서울가톨릭맹인선교회에서 일하며 처음으로 녹음도서관을 만들었다. 가톨릭신문을 중심으로 한 교회 소식을 모은 「글로리아 메시지」라는 소식지도 발간하는 등 시각장애인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발벗고 뛰었다. 그러나 녹음도서는 제작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오래 사용할 수 없는 한계도 컸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해온 결과물이 바로 음성도서다.
장애인복지에 있어서 이창화씨는 무엇보다 실용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다산복지재단」이다. 다산 정약용의 호를 따 설립한 이 재단 산하에는 인성?풍납장애인종합복지관과 시각장애인 축구장, 정신장애인사회복귀시설, 장애인정보문화센터, 성심.성모공동체, 풍납문화센터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장애인들의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이 너무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용적인 복지, 문화적인 복지 서비스 제공이 재단 활동의 목표입니다』
그는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생활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이고 부부장애인들을 위한 도우미와 탁아소 운영에도 힘쓸 계획이다.
특히 이씨는 치료를 동반할 수 있는 문화.체육시설 확충에 더욱 힘쓸 것을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시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장애로 인한 상처로 스트레스가 큰 장애인들에게 문화.체육활동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본인의 장애를 넘어서 타인의 장애극복에도 도움이 되고자 폭넓은 활동을 펼쳐온 이창화씨. 「남」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겸손해하는 그는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늘 기억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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