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학은 본래부터 지역 교회의 고유한 신학의 형태로 형성됐습니다. 한국 교회의 신학은 따라서 한국적 전통과 그리스도교적 정체성에 모두 충실해야 한다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신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참된 한국적 신학인가, 나아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신학을 자신의 삶의 실천적 영역 안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최근 「한국 신학의 방법론과 실천」을 논문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평신도 신학자 황종렬(레오?47)씨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면서도 실상 우리 교회 안에서 종종 한국인의 민족, 역사, 문화, 정서적인 정체성의 뿌리가 가톨릭 신앙 안에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하지만 그는 역으로 한국 신학, 토착화 신학을 추구하면서 그리스도교 전통에 뿌리내리지 못함으로 인해 야기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1983년 서울 가톨릭대학 신학부를 졸업한 후 1997년 가을 미국 피츠버그 뒤케인 대학에서 교의신학 박사 학위 과정에 들어가 올해 4월 학위를 취득했다.
논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제1부는 신학의 방법론을 다루고 제2부는 이 방법론의 틀을 가지고 역사적인 사안, 사건을 분석한다.
제3장에서는 한국 신학의 원칙들을 제시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한국 신학의 방법론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첫째, 이원론을 넘어 생명의 신학으로 나아가는 총체적 세계관을 한국 신학의 원리로 제시한다.
둘째, 내세와 기복신앙이 강조되는 초월주의에 대한 강조에서 역사적 실재를 존중하는 자세로, 셋째, 종교적 배타주의에서 돌아서서 포용적인 전망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제2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 4장에서는 웅녀 이야기와 초대 교회 신자들, 그리고 5장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신학적으로 분석한다.
『웅녀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 신앙을 만나기 이전에도 하느님은 우리 민족의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박해에 굴하지 않고 「하느님의 집안」(household of God)으로 살아갔던 초대교회 신자들이 가톨릭 신앙을 만나서 당대의 사회 상황 안에서 어떻게 신앙을 살아갔는지를 살펴본다.
이러한 성찰은 안중근 의사의 삶과 생애, 의거에 대한 신학적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안중근은 하느님의 의지를 「천명」으로 읽었습니다. 그는 신앙을 바탕으로 천명을 읽고 그에 따라 살아갔던 모범적인 신앙인이었고 그의 의거 역시 바로 그러한 그의 신념의 발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되풀이해서 그리스도교적 정체성과 한국인으로서의 뿌리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만이 다원적인 사회 안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참된 복음화, 토착화로 이끌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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