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설은 봉사자의 손길이 없이 운영해 나가기 어렵다. 정신적, 물리적인 봉사는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여러 가지 결단이 요구된다.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을 노력봉사로 투자하는 것에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사랑실천이며, 종교가 다른 이 세상 누구에게라도 저마다의 인류애의 표현이 된다. 자신의 시간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삶과 인생의 지향은 넉넉한 마음과 기쁨으로 찬 희망으로 보인다. 우리 빛누리집도 그런 봉사자들의 정성과 소리 없는 손길로 운영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자신들이 사랑 받는 소중한존재임을 체험케 하는 사랑의 나눔에 감사하며, 그 숨은 은덕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얼마 전부터 종교에 관계없이 인터넷에서 삶에 지향에 대한 공감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사랑실천을 지향으로 모인 동호회원들이 월 1회 가족들과 함께 봉사를 오게 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하니, 어린아이들이나 어른들의 수가 별반 차이 없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사랑실천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신은 참 좋다지만 아이들이 함께 와서 봉사하고 간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어수선한지…. 시시콜콜히 질문하는 아이들에게 답하고 어린봉사자(?)들의 뒤치다꺼리는 내게 있어 나름의 고심거리이고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이런 내 마음을 함께 온 부모님이 눈치챘으면 좋겠는데….
어느 날 한 아이가 나보고 『아줌마 이것은 뭐예요?』하고 질문을 했다. 그런 아이의 소리를 들은 엄마는 깜짝 놀라며 『아줌마가 뭐야? 수녀님이지』하였다. 『수녀님인데 왜 저런 옷을 입고 있어?』 아이엄마는 미안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에게 사복을 입게된 변천사를 얘기한다는 것도 장황스럽고,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해서 나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그 순간 엄마는 아이에게 『수녀님은 사랑의 옷을 입고 있잖아…』 했다. 정말 깜짝 놀랬다. 그 말속에 담긴 의미는 설명하기 간단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인간으로 인류애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나를 향해 「사랑의 옷을 입고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은 너무도 듣기 벅찬 찬사였다. 또한 우리의 이 같은 삶을 지지해주는 동참에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 순간 나는 아이엄마가 본 한 수도자의 삶이 그리스도인의 사랑실천의 한 모습으로 보여졌다는 사실에 겸연쩍으면서도 기뻤다. 한편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인류애를 키우는 교육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엄마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지 않고, 귀찮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사랑실천도 보고, 체험하고, 느끼고, 배우면서 더욱 커진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나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사랑을 실천하고, 인류애를 키우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항구하게 전할 수 있는 은총을 성혈의 능력에 의탁 드리며 소박한 기도를 드린다. 「당신이 함께 계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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