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지혜문학과 다른 문학의 차이점
지난 몇 주간동안 우리는 지혜문학이 부각하고자 했던 주요주제들을 살펴보았다. 언급되었던 내용들은 지혜문학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다시 한번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 주에는 지혜문학의 입문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성서 지혜문학과 다른 유다 문학 주류들(율법서, 예언서 등)이 보여주는 차이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지혜문학을 다른 문학과 차별시키는 가장 중요한 특성은, 지혜문학에는 다른 여타 작품에서 자주 반복되던 단골 메뉴들이 부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지혜문학 작품에는 「성조들과의 약속」, 「출애굽」, 「시나이 계약」 등의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욥은 자신의 탄원을 「계약의 하느님」 혹은 「출애굽의 하느님」께 호소하지 않고, 『전능하신 하느님』(엘 샤다이)께 호소한다(1~2장, 42장). 백성에 대한 개념도 「계약의 백성」이라는 의미보다는 일반적인 군집(집단) 명사로서의 의미가 더 짙다. 왕도 기름 부음 받은 이(즉, 메시아)로서 고백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지혜)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서 강조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즉각 제기하게 된다. 지혜문학에는 이스라엘이 고백해왔던 신앙과 하느님이 주변적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 있는 것일까? 답은 물론 아니오, 이다. 지혜문학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되면 우리는, 기존의 유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구원하시는 역사의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가 축소되어 있는 대신, 「인간의 일상 속에 체험되고 내재하시는 하느님」이 강하게 부각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혜문학은 구원하시는 하느님, 계약의 하느님이라는 전통적 신관보다는, 전 우주를 창조하시고 그 안에 질서를 유지하시며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함께 현존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강조하는 신관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문학은 기존의 전통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의 주인으로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실존적으로 체험하는 이상, 과거 출애굽 사건의 하느님, 계약의 하느님을 굳이 따로 기억하고 고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입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자살」과 「살자」
이번 여름은 기나긴 장마와 호흡마저 방해하는 무더위에 모두를 지칠 대로 지치게 하였다.
연일 보도되는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이 그랬고, 그로 인해 파급되는 잔인한 경제 위기가 그랬으며, 마음을 깊게 조여오던 자살 행렬이 그랬다. 지혜문학을 통해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평화로운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광기와 폭력만이 반복되는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언제가 친구가, 『자살이라는 말을 거꾸로 해봐』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중심을 잃은 채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던 내게 작은 눈물과 함께 전해진 그녀의 우정어린 충고였다.
『…살자』
그 어떤 설명 없이도 삶의 극단적인 모순을 너무도 잘 보게 해주는 말이었고, 또한 그러한 모순과 극단성이야말로 사실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수용해야하는 생의 진실임을 깨닫게 했던 잊지 못할, 아니 살아있는 동안은 결코 잊지 말아야할 진리였다. 단순하게 뒤집어 보면 그토록 편안하게 넘길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게 풀고있는지….
인간의 지혜만으로는 결코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 이상 도망갈 데 없이 막다른 곳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사람에게 자살은 당연히 찾아오는 절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느님의 지혜」는 인간이 살기를 원하시는, 아니 인간을 살리시는 지혜이다. 자살과 두려움, 공포에 스스로가 소진되기 전에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지혜를 진심으로 간청해 보았는지에 대한 정직한 성찰일 것이다. 어쩌면 자살은 자신의 능력과 삶에 집착한, 이기적이고 교만한 사람이 보이는 자기 중독증의 비극적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 잔인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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