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가 되기 위해 30여년의 세월을 기다린 한 시골 소녀가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주시 연수동에서 자그마한 우동가게를 운영하는 강순희(비비안나.46.청주교구 충주 연수동본당)씨.
「작가」나 「문인」보다는 「우동가게 아줌마」란 호칭이 더욱 잘 어울리는 그가 최근 세상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집 「행복한 우동가게」(하늘연못/258쪽/8000원)를 펴냈다. 책제목은 가게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식당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로부터 듣는 세상사의 넋두리와 그들의 표정, 음식을 배달하면서 느끼는 단상(斷想), 가게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문득 떠오른 상념 등을 그는 이 책에 따뜻한 필치로 그려냈다. 평범한 우동가게 아줌마가 주는 솔직함과 투박함이 올올이 배어나는 글들이다.
모두 마흔 한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소설 형식을 띤다. 사연 하나 하나가 마치 우동 가락을 뽑아내듯이 전개된다. 그래서 이야기 차례도 1장, 2장이 아닌 「한 가락」, 「두 가락」으로 표기했다.
책을 엮은 황씨의 말을 잠시 살펴보자.
『언제부터인가 내 행주치마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밀가루 범벅으로 지내는 삶, 밀가루 포대를 뒤집어쓰면 가루가 돼버릴 것 같았던 나날들, 등줄기에 흐르는 끈적한 땀방울들이 언젠가부터 서로 뭉치고 얽혀 반죽이 되라고 말해오는 듯 했다…』(책의 서문에서).
전남 강진 출신인 강씨는 사업가인 남편을 따라 지난 82년 충주에 정착했다. 낯선 타지 생활이었지만,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아이들을 키우며 소설가의 꿈을 조금씩 키워나갔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96년에는 자신의 첫 작품 「달래강의 눈꽃 바람」으로 평화신문의 신춘문예에서 평화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문예사조」를 통해 꿈에 그리던 소설가로 당당히 등단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외환위기로 남편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려 했던 그녀에게 시련이 닥쳤다.
살던 집을 경매로 내주고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됐다. 결국 지인의 소개로 허름한 우동집을 인수, 우동과 김밥을 만들어 팔며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열정만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행복한 우동가게」는 이렇듯 오랜 산고(産苦) 끝에 세상에 나온 작품들이다. 누구나 다 가슴 한 귀퉁이에 묻고 사는 자신만의 아픔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일까. 책에는 한 때 큰 시련을 경험했던 강씨 자신의 여러 면모를 돌이켜볼 수 있는 장면들이 무수하게 투영돼 있다.
『우동보다 더 따뜻한 이 책을 처음 찍어내던 날, 절로 눈물이 솟았어요. 30년만에 얻은 기회와 은총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열심히 작품 활동하겠습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