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부터 9일까지 의정부 한마음 수련원에서 열린 아시파(AsIPA, Asian Integral Pastoral Approach, 아시아의 통합적 사목적 접근) 제3차 총회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지역교회의 소공동체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이 주최하고 서울대교구가 주관한 이번 총회는 13개국에서 123명의 소공동체 관계자가 참석해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서 소공동체의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총회의 성과와 전망, 최종 선언문을 살펴보고 관계자들을 만나보았다.
▲ 제3차 AsIPA 총회 주교모임.
총회 참석자들은 폐막과 함께 발표한 최종 선언문에서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더욱 성숙된 아시아 지역 소공동체의 성장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이번 총회는 1, 2차 총회와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 대부분 참석자들의 평가이다. 우선 96년 1차 총회가 6개국에서 40명이 참석한 것에 비해 3배가 넘는 123명이 참석했고 특히 교회 지도층인 주교가 15명이나 참석해 깊은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아시아 각국의 소공동체가 그만큼 성장했음을 반증했다. 지난 2000년 제2차 총회에는 105명이 참가했다.
주제 선정에 있어서도 한층 심화된 모습을 보였다. 1, 2차 총회가 AsIPA의 기초를 익히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총회는 그러한 전망을 토대로 교회와 교회 구성원들이 세상과 인류를 위해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로 「봉사하는 소공동체」의 구체적 전망을 모색했다.
사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의 소공동체는 이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이 대부분 참석자들의 평가였다.
싱가포르 대교구 사목센터 사무차장인 웬디 M. 루이스씨는 『아직은 소공동체에 대해 듣고 수용하는 수동적인 단계』라고 말했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교구 소공동체 교육 담당인 탄 킴 혹씨는 말레이시아 역시 오랫 동안 소공동체를 추진해왔지만 뚜렷한 전망을 갖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보고된 아시아 각국 소공동체 현황을 살펴보면 나라마다 다소간의 편차는 있지만 지속적이고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온 것으로 보인다.
강우일 주교는 이와 관련해 특별히 소공동체 활성화의 관건인 지도자들이 나름대로의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총회 최종 선언문에서도 역시 아시아 교회의 소공동체 활성화에 있어서의 어려움과 장애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선언문은 『아시아의 소공동체 경험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공동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과정에는 장애들이 있다』며 교회 지도층의 반대와 무관심, 성서에 대한 몰이해, 잘못된 지도력 등 다양한 장애들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언문은 신앙이나 교회, 말씀, 문화 등 신앙생활의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적절한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총회의 의미는 이러한 배경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소공동체에 대한 개념의 혼란이나 오해 등을 극복하고 올바르게 정착시키며 그것이 아시아 교회의 미래 사목적 대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꾀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은 교회의 영역 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인류와 세상을 향한 봉사의 사명을 구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번 총회는 크게 가정, 영성, 지도력, 직무 등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그것은 참여하는 교회, 공동 책임의 교회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우선 「가정」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소공동체가 가정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새로운 성찰에 도달했다. 선언문은 소공동체의 구조가 가정을 강화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건전한 가정은 곧 건강한 소공동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소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소명이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직무에 대한 성찰이 이뤄졌고, 소공동체의 영성을 계발할 필요성이 새삼 강조됐다. 또 예수 그리스도를 모범으로 하는 봉사의 지도력이 소공동체 안에서 점차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성찰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소공동체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선언문은 우선 말씀을 중심으로 하는 소공동체를 위해서 복음 나누기를 더 깊이 실천할 것을 제안했다.
또 참여하는 교회의 전망 안에서 평신도의 지도력을 증진하고 참여의 기회를 늘리며 소공동체 자체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될 것을 당부했다.
교육과 양성은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 간주된다. 주교와 본당 사제, 수도자와 평신도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강화되고 실천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교구간, 국가간 연대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번 총회는 1, 2차 총회와 마찬가지로 각국 소공동체 활성화에 또 다른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경우, 2차 총회의 결실로 소공동체 전국 모임이 개최되고 각 교구의 소공동체가 눈에 띄게 활성화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이번 총회의 논의 역시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소공동체의 열기가 이제는 교구 차원을 넘어서 지구와 본당 차원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회 후 각 교구 소공동체 관계자들이 별도의 모임을 갖고 향후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 활성화의 방안들을 재차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제3차 AsIPA 총회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총회 참석 강우일 주교
“소공동체 지도자 영적역량 키워야”
▲ 강우일 주교
그 원동력은 바로 영적인 양식에서 나옵니다. 소공동체 지도자들에게 영성적인 깊이와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현 단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소공동체에 전념해온 강우일 주교는 소공동체 지도자 양성 과정에서 영성적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주교는 특히 이번 AsIPA 제3차 총회에서 아시아 각국 교회 소공동체 지도자들과 만나면서 소공동체의 영성적 측면이 지닌 중요성이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모든 나라의 공통적인 문제임을 확인했다.
『소공동체는 어떤 기술이나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하느님의 영으로 활성화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근원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주교는 현재 아시아 교회의 소공동체가 직면한 가장 큰 장애 중의 하나는 「소공동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소공동체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소공동체를 또 하나의 새로운 단체활동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공동체는 하나의 단체가 아니라 「작은 교회」입니다』
강주교는 따라서 이 작은 교회로서의 소공동체 안에서 봉사를 포함한 다양한 사도직들을 양성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지적했다.
강주교는 소공동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에 바탕을 둔 활성화의 과제는 결코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회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0년 이상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공동체 지도자들이 나름대로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됐음을 이번 모임을 통해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