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악 할머니와 지봉원 할아버지(모자쓴 이), 박종오 할아버지(안경쓴 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태풍 피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집이 전파된 박미악(로사.72) 할머니. 박할머니는 이웃에 있는 딸네집에 기거하며 한번씩 밖을 나올 때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곧 쓰러질 것 같이 파손된 정들었던 집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할머니의 눈에선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세상에나…그렇게 높은 파도는 처음 봤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 오로지 주님께 매달렸어』
유아세례를 받았다는 할머니는 기도하고 싶은데 분심이 들어 기도도 잘 안된다고 한다.
『사라호때보다 더 했어. 그때는 마당에 물만 찼는데…하느님이 하시는 일인데 어찌할 수가 없지』
집이 조금 파손됐지만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하는 박종오(야곱,69) 할아버지. 박할아버지도 그날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눈을 감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피해가 적어 다행이지만 피해를 많이 입은 신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네』
박할아버지는 『어떻게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아무말없이 고개만 끄떡이던 지봉원(이냐시오,82) 할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연다.
『인재여…인재여…이건 하늘에서 내린 재앙이 아니라 인간들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야.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우리를 위문한다며 얼굴 내비치는데…그게 무슨 소용있어. 나라나 제대로 다스렸으면 좋겠어』
옆에서 듣고 있던 오현조(비오,68) 할아버지도 맞장구 친다.
『맞아요. 어르신 말씀 백번 지당하십니다』
오할아버지의 지은지 6개월 밖에 안된 2층 집은 1층이 파손됐다. 2층이 무너져 내릴까봐 줄을 타고 밑으로 내려오다 바닷물에 휩쓸려 허리를 다쳤단다.
『목까지 물이 차올라 「이젠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지. 조금더 살려주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어』
피해를 입은 대부분 신자가정은 생필품이나 가전제품 하나 건지지 못했다 한다. 파도에 쓸려가고, 돌에 파묻히고, 복구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 예구공소 김치환 회장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 지세포 본당 이정근 신부가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치환(바오로,48) 예구공소 회장은 『복구를 위해 뭔가 하긴 해야 되는데 무엇부터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군다. 김회장도 어선이 침몰되는 등 상당한 피해을 입었지만 공소신자들의 피해가 더 걱정된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세포 본당 주임 이정근 신부는 『신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완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