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커집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전시장 골목에 위치한 프란치스코의 집. 노숙자들을 위한 빈민 자선식당이다. 이곳에는 12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점심 봉사활동을 이어오는 외국인 봉사자가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일본인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작은형제회.59). 이 집의 주방장이다.
일본서도 급식소 운영
1977년 30대 초반에 수도자의 길로 들어선 고사카 수사. 82년부터 오사카 일대의 노숙자와 실직자들을 위한 급식소를 운영했다. 그러다가 한인 신자 재일 교포들과 함께 활동하게 되었고, 89년에는 안식년을 맞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머무르게 됐다.
고사카 수사가 프란치스코의 집에 합류한 것은 91년부터. 그는 매주 수요일과 주일을 제외하고는 12년 세월 동안 한결같이 주방을 지켜왔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하루 한끼로 연명하기에 수사는 가급적 영양가 높은 음식들로 준비한다. 봉사자들과 함께 인근 경동시장에 나가 부식재료도 구하고, 소매를 걷어올려 직접 깍두기와 김치를 담그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사랑」 그 자체라 할만하다.
직접 김치 담그기도
『하루도 빠짐없이 인근 본당의 자매님들이 찾아와 도와주십니다. 이분들의 모습을 보니 나누지 못할 만큼 작은 것은 없고,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만든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지요』
그러나 일본인으로서 한국에서의 봉사활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좌절을 맛보기도 했고, 짧은 한국어 실력에 부딪쳐 가슴을 치기도 여러 번이었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숙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초창기처럼 밥그릇을 일부러 엎고 시비를 걸거나, 『쪽바리가 언제까지 밥을 내오나 두고 보자』는 비아냥거림은 없다. 이 모든 것이 그 동안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면서 노숙자들과 쌓아온 신뢰 덕분이다.
매일 이곳을 들르던 젊은이가 어느날 일자리를 구했다며 감사 인사를 하러 찾아 올때면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는 고사카 수사. 그는 내년이면 서원 25주년 은경축과 환갑을 동시에 맞는다.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노숙자의 수가 매일 250여명 가까이 됩니다. 점심 식사 한끼에만 20㎏짜리 쌀 서너 포대가 들고, 반찬값도 만만찮게 들어갑니다.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는 신비를 확신합니다』
※후원 및 문의=(02)966-8183 프란치스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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