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성들은 유교사회 안에서 가톨릭 인으로서 살았기 때문에 유교에서의 여성 규제가 가톨릭 안에 들어와 더욱 심화된 점을 볼 수 있다.
희생 자체였던 조선 여성들의 삶의 시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고통과 자녀에 대한 사랑은 그들에게 커다란 위로였고, 끝없는 희생의 삶을 견디게 한 원동력이었다.
또한 박해로 인한 순교는 하느님께 대한 여성들의 효와 충, 절개가 어우러지는 최고의 표현이었고, 순교를 통해 여성들은 자주성도 드러냈다. 이 시기 여성들에게서 볼 수 있는 영성은 연민에서 나온 애덕, 즉 가난한 사람이나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전교의 원동력도 여성들의 연민의 마음에서부터 였다.
이들의 신심생활은 여성들이 겪는 고난의 삶 중에 형성된 것이며 또한 삶을 지탱해 준 또 하나의 커다란 영적인 도구였다.
가톨릭 여성들의 꿋꿋한 신앙생활과 애덕 실천, 그리고 사회 모순에 대한 그들 나름의 저항과 노력은 가톨릭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그리고 다른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고통과 역경의 삶에서 형성된 가톨릭 여성들의 영성은 가족과 자식들의 보호와 행복만을 위한 탄원과 애원, 호소, 울음으로 엮어진 희생이 주를 이뤘고 여성 자신들이 포함될 장소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고귀했고 그들의 희생적 삶은 한국교회의 유지와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을 사는 여성들은 여성들 스스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자원할 수 있는 삶, 그리하여 하느님의 귀한 딸, 가족과 사회의 귀한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을 갖고, 주체적 존재로 하느님께 삶을 봉헌 할 수 있는 생활을 통해 건강한 사회 교회의 영성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송종례 수녀
“여성신자 역할 재해석”
▲ 송종례 수녀
『비록 오늘날 제도화된 운동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조선 가톨릭 여성들은 소외되고 억압받은 이들의 존엄성을 되찾아 주려 노력했다』고 전한 송수녀는 『성(性)과 신분 차별 의식, 성폭력에 저항, 교리교육, 교회활동을 통한 여성 의식 함양 등 여성 자신의 존엄성을 스스로 찾으려 애썼다는 점에서 교회사뿐 아니라 한국 여성사에서도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18~19세기 조선 가톨릭 여성들이 보였던 활동과 공헌, 영성의 특성 등에 대한 이번 강좌는 지난해 송수녀가 미국 보스톤 예수회 신학교에서 받은 박사 학위 논문 내용을 다룬 것이다. 달레를 비롯한 교회사가들이 남성들 시각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한 인물이나 내용들을 담고 있고,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들 이야기는 제대로 인지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이 보는 관점으로 여성 신자들의 역할을 재해석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송수녀는 『순교자 현양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순교자들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북돋우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학자 입장에서 다소 빚진 것을 갚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송수녀는 『강완숙, 윤점혜 등 뛰어난 역할을 보였던 여성 지도자들 외에도 많은 여성들이 보여준 신앙과 삶은 가톨릭 신앙을 퍼져가게 하는 요소가 되었고 직접적 접촉을 통한 전교는 오늘날에도 가장 효과적 전교 방법 중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