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내려 당산철교 쪽 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한강변에 우뚝 선 절두산 성지에 닿게 된다. 푸른 잔디밭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성지의 풍경은 도심 속에 이런 곳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성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갑갑한 마음부터 탁 트인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최근 이곳을 찾는 신자들의 수가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일등 순례객은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오는 부모님이나 주일학교 선생님들. 순교자들이 복음을 증거하며 희생된 이곳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혹여 그런 고민을 안고 있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 이 책은 성지순례 전이나 후에 아이들과 함께 절두산 성지를 알아보는 데 최고의 역할을 한다.
「절두산 순교성지」(주임=김수창 신부)가 펴내고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엮은 「절두산 순교성지 이야기」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순교성지인 절두산을 주제로 지난봄에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관련 사진 그리고 성지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들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풀어 쓴 성지 안내서다.
책은 일반 신자들은 물론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또, 성지의 옛 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사진이 많이 실려 읽는 데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마치 교과서와 같다.
특히 어린이들이 순교 성지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느 역사 이야기 못지 않게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되살려 놓았다.
책이 들려주는 절두산의 역사적 배경부터 순교자들의 치명터로 지정된 사연, 성지의 수난과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그 어떤 역사책보다도 재미있고, 사소한 일화 하나도 놓치지 않는 이야기 전개에 독자들은 감히 책장을 대충대충 넘기지 못한다. 책의 구성 또한 성지에 대해 일방적으로 소개한 성지 안내서와 달리 역사적 순서에 따라 재구성했다.
물론 주요 내용은 절두산 순교 성지와 병인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밖에도 읽을 거리가 많다. 책의 후반부에는 절두산 순교자들의 전기와 서울 마포 지역 가톨릭 성장사를 함께 실었을 뿐 아니라, 성지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사진을 컬러 화보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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