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아 교육기관인 서울 애화학교(강북구 미아3동 소재) 운동장.
어머니 박영미(안젤라.33.서울대교구 파주 법원리본당)씨의 손을 잡고 학교를 거닐던 현웅(마르티노.8)이가 멀리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자 득달같이 달려나간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면서 살다시피 한 현웅이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학교에 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 아이에게 「그래, 공부 열심히 해」하고 대답하지만, 박씨는 보청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더 말을 잇지 못한다.
박씨와 임종원(요한.36)씨는 결혼 후 지난 1996년 어렵사리 외아들 현웅이를 얻었다. 현웅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옹알이를 시작해 자식 키우는 기쁨을 만끽하던 임씨 부부.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였다. 갓돌이 지난 현웅이가 아예 귀를 닫아버린 듯 주변의 소리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서둘러 병원을 찾은 부부에게 내려진 의사의 진단은 원인미상의 청각장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다행히도 조기 발견 덕에 희망은 있었다. 청력이 완전히 손실된 농아도 인공와우(蝸牛, 달팽이관) 이식술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인공와우는 밖의 소리는 어음처리기를 통해 전기적 신호로 바뀌고, 다시 이식기를 통해 청신경을 자극해 뇌로 전달하는 장치를 말한다.
그러나 수술을 앞두고 현웅이네 가족은 슬픔에 빠져있다. 가진 재산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 단칸방이 전부. 임씨가 운전기사 일을 하며 월 100만원을 벌어오지만, 수술비 2500만원을 모으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나마 3년전 사업실패로 인한 부채빚을 갚기에도 버거운 형편. 이 상태라면 영영 현웅이에게 소리를 찾아주지 못할 상황이다.
이식수술을 받는다고 소리가 곧 들리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지속적으로 환경음을 익히고, 말소리 훈련 단계를 거쳐 점점 시끄러운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청각능력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재활 기간은 어림잡아 2∼3년 정도. 재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지만, 어느 한 곳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 임씨 부부는 막막할 따름이다.
『병원비만 마련된다면 당장이라도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답니다. 매일 저녁 기도하는 현웅이를 볼 때마다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제 자신이 원망스러워요.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게 할 수는 없잖아요』
저 멀리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씨. 현웅이에게 소리를 되찾아주겠다고 이를 악물지만, 그의 두 눈에는 어느덧 이슬 방울이 맺혀 있었다.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81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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