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회 복음화의 대안으로 자리잡은 소공동체는 아시아 교회가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을 구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인식에 아시아 지역 교회들이 공감하고 있다. 9월 2일부터 9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제3차 아시파(AsIPA, 아시아의 통합적 사목적 접근) 총회는 아시아 교회 소공동체가 직면한 현실을 검토하고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총회에서 보고된 각국 현황들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 소공동체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아시아 교회들은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소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필리핀에서는 60, 70년대부터 기도, 전례 중심의 모임들이 형성됐으며, 싱가포르도 70년대부터 외국인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소공동체가 구성됐고, 말레이시아는 76년 교회 쇄신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소공동체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이 본격화된 것은 90년 반둥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총회부터였다. 93년 AsIPA가 FABC 평신도사무국 산하에 설치되고 96년 1차, 2000년 2차 총회가 열리면서 소공동체가 아시아 교회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후 소공동체는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을 계속해왔다.
스리랑카는 2차 총회 이후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의 전망을 명확히 하면서 복음 나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사제들간에 친교와 참여의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2001년 4월 평신도대회는 「AsIPA를 통한 소공동체 활성화의 노력」을 공식 천명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전국 소공동체 대회가 세부에서 열려 51개 교구에서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전국 본당 70%에 소공동체가 구성돼 있고 그중 65%가 활성화돼 있다. 특히 전례와 기도 모임을 넘어 이제는 사회 참여적 영역까지 그 폭을 넓혔다.
말레이시아는 교계 차원에서 소공동체를 미래 사목의 축으로 인식하고 선언했으며 세부적인 추진 지침까지 발표했다. 쿠알라룸푸르 대교구는 교구장이 사목 지침을 통해 소공동체 추진을 선언, 33개 본당 630여개 소공동체가 정례 모임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소공동체는 매우 느리게 발전했다. 하지만 2000년 11월 열린 전국 사목 총회 이후 점진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새 인도네시아를 향한 기초 공동체의 강화」를 주제로 열린 총회를 통해 소공동체 개념이 논의됐고 이듬해 8월 담당 기구가 조직돼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태국은 94년 AsIPA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다소 어려움을 겪어왔다. 98년부터 5일 기간의 교육이 수시로 실시됐고 일부 본당에서 복음 나누기를 하고 있지만 소공동체 건설은 길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인도는 2차 총회 후 전국 12개 지역에서 10개 팀이 구성됐다. AsIPA의 인도적 적용을 위해, 2001년 9월 가진 모임에서 DIIPA(Developing Indian Integral Pastoral Approach)의 개념이 정립됐다.
대만도 큰 성장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 평신도, 사제, 수도자 각 2명씩으로 팀을 구성해 교육을 실시하고 복음나누기 7단계를 단계별로 실시하면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91년 룸코를 들여왔으나 93년 이후 AsIPA 방법으로 소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소공동체는 「이웃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참여하는 교회」의 이상을 중심으로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절반 정도의 본당에 소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재정난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주교단은 전국에 걸쳐 사목계획 안에 소공동체 추진을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다. 전국이나 교구 차원의 대규모 모임은 어렵지만 본당에는 많은 모임들이 있다. 지난 8월 1일 전체 모임을 가졌다.
현재 아시아 교회의 소공동체 추진은 시작 단계에서 나아가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1, 2차 총회를 통해 소공동체의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한 아시아 교회는 이제 3차 총회를 통해 새로운 영역들을 개발하고 세상과 인류에 대한 봉사의 소명을 깨달았다. 주목할 점은 대체로 나라마다 주교회의, 교구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소공동체를 선언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소공동체가 미래 사목의 대안이라는 점에 이미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이상 남은 것은 어떻게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것인지, 전폭적인 투신과 지혜로운 정책 수립과 추진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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