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하면 현재의 사목프로그램으로 신자들의 생활패턴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교회의 주5일제를 염두에 둔 대안이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관광사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갯벌체험, 농촌체험 등 가족단위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관광지를 찾는 신자 외에 봉사, 능력계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주말을 보내려는 신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도심과 농촌 사찰간의 결연을 통해 주5일제에 대비한 성지순례 등 다양한 내용의 주말 신행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불교계의 모색은 시사점이 적잖다. 일례로 부산 통도사포교원의 경우 남원 실상사 작은학교와 결연해 이 학교에 재정을 지원하는가 하면 운영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통도사 불자들은 작은학교를 찾아 생태교육이나 농사 등을 체험하면서 자녀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따라서 교회도 수도원 일과체험을 비롯해 성지와 휴양프로그램의 연계, 관광지 미사 정례화 등 다양한 사목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자 개개인의 취향이나 자질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겠지만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프로그램을 비롯, 가족 단위 체험프로그램 등 가족형 테마 프로그램 개발도 교회의 기초 단위인 가족의 기능 강화를 통해 교회를 튼튼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에 고려되어야 할 사목적 방향이다.
하드웨어 보강
관광사목을 비롯해 주5일제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각종 프로그램을 저변화할 수 있는 시설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도 절실하다.
현재 여행지의 숙박시설은 서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호텔과 콘도에 치중돼 있다. 따라서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 자연스럽게 교회로 이끌 수 있도록 교회 시설을 활용 또는 개방하거나 신자 가정과 연계해 민박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또 적은 비용으로 교회가 마련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피정센터 등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도시의 본당은 바자회 등을 통해 재정적으로 시설 건립이 필요한 관광지 등지의 본당을 지원하고 재정 지원을 받은 본당은 도시 본당 신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교회가 국가나 지방정부와 손잡고 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험장 등 이용시설을 구축해나가는 것도 선교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 지방정부가 관광지를 연결하는 하이킹 코스를 비롯해 오토캠프장 건설 등을 지원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교회도 도시와 농촌 본당간 결연을 비롯해 정부와 지역사회 등 교회 안팎의 여건을 적극 활용해 각종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를 선교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 교회와 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윈윈 전략으로 삼아 나가야 할 것이다. <서상덕 기자>
◆ 주일 봉사활동 펼치는 이무열-박미자씨 가족
“봉사는 가족의 삶을 변화시키죠”
『아빠, 아직 준비 안됐어?』
이무열(이냐시오.50.제천 의림동본당)씨의 일요일 아침은 딸 진선(보나? 초교6)양의 보채는 소리로 일찌감치 시작된다. 아내 박미자(베로니카.45)씨와 함께 세 식구가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배론성지로 봉사를 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을 위해 진선이네는 토요일에 온 가족이 함께 밀린 집안 일을 미리 갈무리하는 것으로 가족에게 주어진 이틀간의 휴가를 시작한다.
성지·복지시설 찾아
제천시 보건소에 근무하는 이씨가 아내와 딸의 봉사길에 동행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아내와 딸이 행려자 복지시설인 「살레시오의 집」에서 주방 봉사를 시작한 95년부터 주 2회 이들의 출퇴근을 돕는 일로 시작된 활동은 원생들의 나들이나 각종 행사에서 길잡이가 되어주는 봉사로 발전했다. 또 지난 2000년 아내와 딸이 배론성지 성물방 봉사까지 나서자 자신도 활동의 영역을 넓혀 성지의 이런저런 일을 돕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 들어 보건소에 격주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자 봉사를 중심으로 짜인 가족의 삶은 더 여유로워졌다. 엿새를 꼬박 근무할 때는 봉사를 나설 때마다 허둥대는 경우도 없지 않았으나 이제는 활동계획도 미리 짜보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늘 피곤함에 이틀을 보내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진선양은 엄마를 따라 성물방 청소뿐 아니라 순례객을 위한 미사의 피아노 반주 봉사에, 일손이 딸릴 때면 주방 봉사도 함께 하며 주일을 보낸다.
한마음 한뜻 확인
『엄마 아빠랑 함께 보낼 수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세 식구가 봉사를 통해 새로운 한 주간의 힘을 얻는 것도 살맛이 나게 하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박씨는 『가족들이 마음을 한데 모으고 서로 도와가며 한 길을 걸어간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 지 모른다』며 『봉사를 통해 얻는 게 많고 오히려 삶이 여유로워진다』고 밝힌다.
부모의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접해왔음인지 진선양은 언제부턴가 성소의 꿈을 키워오고 있다.
이씨는 『봉사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주5일 근무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다른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다』면서 가족이 함께 봉사에 나서 보라는 권고를 잊지 않았다. 주5일 근무제는 이씨와 그 가족의 삶을 그렇게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서상덕 기자>
▲ 이무열-박미자씨 부부와 딸 지선양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론성지 성물방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주말농장 가꾸는 정달수-강미영씨 가족
주일 오전 미사후 농장 찾아“수확하는 재미 쏠쏠”
『아빠, 빨리 잠자리 잡아줘요. 저기요 저기』
『우선 우리 밭부터 보고…. 우리가 심은 배추랑 무가 얼마나 자랐는지 먼저 봐야지』
잠자리에 정신이 팔려있는 자녀들의 손을 잡고 정달수-강미영(로사.42.서울 용산본당)씨 부부가 5평 짜리 텃밭으로 발길을 옮긴다.
텃밭에는 올 겨울 김장김치를 담그기 위해 가꾸고 있는 배추, 알타리무 등이 한창 자라고 있다. 방금 전까지 잠자리 때문에 투정이던 큰 아들 원찬이는 어느새 물뿌리개를 찾아 와 채소밭에 물을 뿌린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딸 민경이는 파릇파릇 돋아난 배추 싹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만져본다.
유통업계에서 일하는 정달수씨 가족은 매달 두 세 번 주일이면 경기도 양평 문호리의 주말농장을 찾는다. 지난해 말 회사가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면서 늘어난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정씨 부부는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주말농장을 분양 받았다. 올 4월부터 정씨 가족은 배추, 파, 상추, 토마토, 가지, 고추 등 갖가지 작물을 수확했다.
씨를 뿌리고 2∼3주면 웬만한 작물은 수확을 할 수 있는 데다 아이들에게는 때묻지 않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산 체험의 장이어서 주말농장을 찾는 가족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다. 씨앗이나 농기구는 농장을 분양 받을 때 서울시에서 받았고, 비료주기와 물주기 등은 농장을 관리하는 농민이 해 주고 있어 부담이 없다. 오전 9시 미사를 가족이 함께 드리고 농장을 찾기 때문에 신앙생활에 소홀해질 염려도 없다.
강미영씨는 『농장에서 채소를 가꾸는 일 외에도 농장 앞을 흐르는 물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주변에 있는 여러 관광 명소에 들러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다』며 서울에서 한시간 거리인데다가 경제적 부담도 적어 주말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차를 타고 멀리 나오는 것을 귀찮아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이제는 제법 주말농장에 맛을 들여 아예 시골로 이사를 오자고 조르기까지 한다.
강씨는 『무공해 먹거리를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고 주일을 거르지 않고도 알뜰한 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것이 주말농장의 장점』이라며 『자녀들이 토요일에 학교를 가기 때문에 주일에만 농장을 찾고 있지만 주5일제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주말농장을 찾아 1박2일을 보내며 가까운 성당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 정달수-강미영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찾아 농작물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