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누리집」에 들어오면 창설자수녀님이 어린이들과 함께 정겹게 얘기하는 모습을 담은 성화가 걸려있다. 아이들이 주위를 기울여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무슨 말씀을 재밌게 하시기에…」 궁금하다. 지난 5월 18일 창설자 수녀님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보편교회에 거룩함의 한 모범으로 시성되셨다. 수도회 창설 169년이 되는 올해에 이 시성은 오늘을 사는 성혈흠숭자들에게 창설자의 정신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인류 구원의 협력자로서의 삶에 더욱 철저히 투신하도록 도전한다. 창설자의 정신에 따라 열린 「빛누리집」은 가난한 소녀들을 위해 마련한 가정이며, 교육장이다.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소녀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신 창설자 성 마리아 데 마티아스(MDM)의 정신과 투신은 「빛누리집」의 사도직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어도,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이 제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몰라요』라는 말을 나는 자주 한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 그것도 한 수도자로 엄마의 마음을 담고 사는 것은 한마디로 「감개무량」하다. 여느 엄마들이 자식을 낳고 보살피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한계와 무력감, 그리고 나름대로 갖는 욕심(?)이 있는 것처럼 나도 그렇고, 애간장이 녹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부모마음 알아주는 자식 없듯이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른 아이들 보다 뒤지지 않고, 건강하게 커 주었으면 좋겠고, 다른 친구들에게 모범적인 삶을 사는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찾고 잘 발휘하며 지냈으면 좋겠고,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성격도 모난데 없이 누구와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늘 감사하고 기쁘게 살았으며 좋겠고….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냥 내어주고, 품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나 역시 청소년기를 지냈건만 아이들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해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가끔씩 어른을 속이고, 밉게 말을 하고, 이유 없이 반항하는 경우 등등의 순간엔 정말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고 속상하다. 그럴 때마다 힘과 용기를 주며, 온화한 미소로 우리들에게 다가와 격려하시는 분, 부드러운 손길로 내 등을 토닥이시는 창설자의 음성을 듣는다. 『힘을 내!』
창설자를 통해 시작되었던 그 시대의 사도직-「하느님의 일」-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망스러웠던 현실에 굴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해 온 힘으로 맡겨진 임무에 투신했던 창설자의 정신을 마음 안에 되새기며 넘어진 무릎을 다시 세운다. 그리스도의 성혈의 영광을 위해, 서둘러 그 발자취를 따라가며 살았던 MDM의 모범을 따라 오늘의 성혈 흠숭자로, 성혈 흠숭자들로 그렇게 살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MDM이 성인이든 그렇지 않든 여전히 내게는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철저히 투신했던 창설자이며, 그녀의 정신이 내 가슴에 있고 우리의 삶과 사도직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는 그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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