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느님과 그 백성이 신비롭게 일치하는 친교의 공동체이며, 동시에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복음을 선포해야할 선교의 공동체라고 불린다.
한국교회는 70~80년대에 괄목할 만한 성장률을 보이다가 82년 9.6%를 최고점으로 기록한 후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특히 9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는 성장률 3%대에 머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본지는 전교의 달을 맞아 기획시리즈 「선교는 삶이다」를 마련,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선교 현황을 다각적으로 조명해 본다.
직접 권유 10명중 2~3명
『「예수를 믿으세요」라고 지하철에서 외치거나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고 쓴 표어를 들고 거리에서 행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용감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주위 다른 이들이 냉소적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보는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직접 하느님을 믿으라고 얘기하는 것이 두려워 집니다. 창피 당할 것 같은 생각도 들죠』
『살아가는 모습에서 하느님을 믿는 표양이 드러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성인들처럼 살지도 못하는데 남들한테 성당에 같이 가자고 얘기하기가 쑥스러워요』
『신부님들이나 수녀님들처럼 선교에만 신경쓸 수가 있나요. 하게 되면 좋지만 안되면 할 수 없지요. 제가 성당 다니면서 기도를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9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한국교회 안에서는 「가두선교」「방문선교」「새로운 양 찾기」 등 거리에서나 혹은 가정을 방문, 입교 권유하는 직접 선교 운동이 전개됨으로써 선교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사실이나 대다수 신자들이 느끼는 선교에 대한 인식 지수는 여전히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본당 단체에서 여럿이 함께 벌이는 선교 운동이나 선교 대회에는 참여할지라도 주변 이웃 친척들을 교회로 이끄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말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서울대교구 시노드준비위원회 평신도의안준비위원회가 실시한 「신앙생활 실태 조사」에서는 대부분 신자들이 선교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선교모임 동참」「직접 권유 및 어려운 이웃돕기」 등 적극적인 선교활동에는 응답자의 42.3% 정도만 참석하고 있었다. 기도형태의 소극적 선교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49.8%의 수치를 보여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비율을 드러냈다.
가톨릭신문이 지난 98년 창간 71주년 기획으로 실시한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에서는 「지난 1년간 이웃이나 비신자들에게 성당에 나올 것을 권유해 본 경험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26.5%만이 권유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전체 응답자중 73.5%는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10명중 2~3명만이 선교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였다. 또한 가톨릭신문이 10년전 같은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했던 것과 비교할 때 훨씬 많은 신자들이 성당에 나올 것을 권유해본 경험이 없다는 결과도 보였다. 선교의식 부재의 심각성을 던져준 결과이기도 했다.
같은해 대전교구가 실시한 신앙실태 조사 역시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면서 타인에게 한번도 선교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신자가 51.5%에 달했고 특히 20대와 30대는 각각 69.9%, 61%가 「선교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냉소 면박 등에 주눅
전문가들은 이렇게 신자들이 선교활동에 소극적인 이유를 한마디로 「선교활동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요약한다.
「자존심이 상한다」 「말씀의 힘을 깨닫지 못한다」 「성령께서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없다」 「주님의 파견받은 사도라는 인식이 없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등을 신자들의 선교를 가로막는 의식으로 꼽은 한 전문가는 『이와함께 사람들의 냉소 불신 비아냥거림 면박등에 주눅이 들어버리는 장애를 겪을 수 있다』면서 『이것은 의지는 있어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연관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교회 신자들이 「선교」라고 할 때, 특히 직접적 선교에 대해 막연히 갖게되는 편견과 두려움은 교회사적인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학자들은 선교가 죽음을 뜻했던 박해시대를 겪었고 그리고 신앙의 자유를 얻은 이후에도 개인적 구원관과 내세 중심적 구원관이 정착되면서 외향적으로 신앙을 증거하기 보다 각자 내면의 문제에 집착하는 비개방적인 신앙 태도가 굳어지게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평신도들은 자연히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선교 활동을 등한시 하게 되고 교회 복음 선교의 의무 책임은 자신들이 아니라 성직자 수도자 등 교회내 특수 계층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신자들에게 있어서 선교란?
세상 안에서 펼쳐야할 교회의 「선교」는 거부할 수도 소극적으로 할 수도 없는 본질적인 사명이다. 극단적으로 교회가 선교하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무엇보다 그리스도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다는 점이며 또한 그리스도가 선교를 직접 명하셨다는 것이다. 즉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초기부터 제자들을 뽑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파견했으며 특히 승천하기 전, 『온 세상으로 가서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마르 16, 15)고 당부함으로써 교회에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파할 의무를 지우셨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Redemptoris Missio)를 통해 교회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왜 선교하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우리의 신앙과 교회 경험에 의해 참된 해방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스도 안에서만 모든 종류의 소외와 혼란에서, 죄와 죽음의 세력에 의한 종살이에서 우리는 해방된다』(11항)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이 선교는 교회가 갖는 본래적 소명이고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세우신 이유인 것이다.
선교의식 정상 궤도에
신자들이 선교활동에 자신감을 갖게 하고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려면 결국 굳건한 선교의식을 촉진시킬 방안 마련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한 관계자는 『각 교구와 몇몇 수도회에 선교 교육 과정이 없지 않지만 평신도 참가율이 저조하고 개설된 교육 과정 조차 초기 단계에는 호응이 크다가 점차 그 열의가 퇴색하고 분위기가 쇠락해 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복음 선교 활동이 요망되는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선교 교육과 실습, 선교재교육, 선교사례 연구 및 발표, 선교 경험 반성 등 다양한 선교 교육 기회를 마련하고 아울러 사목자들과 선교 관계 인사들은 보다 많은 평신도들이 선교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직접 선교의 경우 교구 몇몇 신심 단체에서 선교 교육 프로그램 일환으로 다루고 있지만 아직 초보적 단계이거나 한시적 이벤트에 머무르는 수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교 필요성, 선교의 방법, 선교와 전례 등 기존의 선교 교육 과정 외에 「선교 사고방식」 「선교를 위한 대인관계」 「선교 심리 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단계를 마련하고 교육이 실시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본당 차원에서는 적어도 매년 5월, 10월 두 차례 정도 선교 의식 고취를 위한 기도문을 봉헌하고 선교 실습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다.
◆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 배경민 신부
“‘교구 복음화 전담위’ 긴요”
신자들 스스로 참여 바람직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 배경민 신부(한국외방선교회)는 『선교 수저가 없어 선교 밥과 국을 못먹던 시대는 지났다』고 밝히면서 『이제는 신자들 모두 스스로 선교운동에 참여하도록 선교 마인드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일이 중요하며 신자들이 선교 의식에 고취되어 능동적 사고를 갖게되면 선교 운동은 당연한 교회 활동의 한 분야로 귀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의식은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identitas)에 대한 확고한 자각과 사명의식,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적 삶속에서 증거되고 창조되야할 역동적이며 실천적 요소입니다. 유럽에서 신앙 고백을 하고 종교 생활과 종교활동을 하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원인도 같은 맥락에서 신앙 생활에 대한 역동적이며 실천적인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무기력에서 야기되고 있습니다』
배신부는 『작금의 한국 사회 안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맡아야할 복음 선포의 몫은 그 어느때 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공동체를 선도해야할 지도자 계층도 심각한 모랄 해저드(도덕적 부패 위험 타락)에 오염돼 있고 일반 사회구성원들도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의 혼돈 상태에 처해 있는 현상 안에서 그리스도 교회의 가치관과 신자들의 윤리적 생활관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고 밝힌 배신부는 『이런 의미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맡은 우리 신자들에게 있어 복음 선교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덧붙여 배신부는 『저조해 지고 있는 복음화율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심정으로 선교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고 『선교 교육을 포함한 전체 신자들의 선교 의식 고양을 위해 각 교구마다 복음화를 전담할 실질적인 교구 복음화 전담위원회 설립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직·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복음화 전문팀 구성은 체계적인 선교 교육 등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그리스도를 모르고, 전 국민의 51%가 아직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 사회를 더욱 효과적으로 복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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